2014 법무사 12월호

“(It’s means that) Whatever can happen, will happen.(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거야).” 이렇게 대답하는 쿠퍼의 대사는 이 영화의 구조 자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신과 상대가 했던 말, 유령같은 불가사의한 존재에 의한 특이한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버무리는 시나리오의 탁월함에 절로 무릎을 치게 되는 것 이다. 중력을 조절함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설정도, 얼마나 현대과학에 의해 지지받는지 는 모르겠지만, 이 모든, 말 그대로 ‘영화같은’ 이 이야기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축이다. 공동각본을 쓴, 놀란 감 독의 동생이라는 조나단 놀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도 탁월하다. 영화 구상을 위해 4년에 걸쳐 블랙홀, 웜 홀, 빅뱅이론 등을 공부했다는 치밀함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자매가 되었지만) 이후 최 고의 형제 영화인이 아닐 수 없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는 표제어라서 오히 려 피하고 싶어진 필자는, 머피가 쿠퍼에게 임종 직전에 “부모가 자식이 죽어가는 걸 볼 필요는 없죠. 가요. 여기 내 자식들이 있으니.”라고 말하는 대사가 남다르게 들렸다. 그야말로 ‘쿨하게’ 자기보다 50여 년 젊은 아빠를 내 보내는 것이다. 최상의 캐스팅과 연기 궁합이란 바로 이런 것! 쿠퍼 역의 매튜 맥커너히. 이제는 잘생긴 백인 청년에서 할리우드의 티켓 파워 1위로 등극한 듯하다. 얼굴에 분 도 바르지 않고 적당히 누렇게 뜬 얼굴로, 이제는 딸 바보 아빠, 어깨를 들썩거리며 절규하지 않으면서 표정만으로 누구보다 진하게 공감의 눈물을 뽑아내고, 아멜리아(앤 해더웨이 분)나 로봇 ‘타스’[빌 어윈 분, 목소리 연기도 일품 이다. 「수퍼맨」의 말론 브랜도나 「Knight Rider(전격Z작전)」의 자동차 ‘키트’ 목소리가 오버랩 된다.]와 능청스런 농 담도 주고받는다. 그보다 더 어울리는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인셉션」의 디카프리오보다도, 「다크 나이트」 의 크리스천 베일보다도 훨씬 멋진 캐스팅이었다(아, 빨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도 봐야 하는데…!). 「레 미제라블」에서의 노래와 감동을 잊을 수 없는 앤 해더웨이. 이 작품에서는 그다지 비중있는 역은 아니었 지만, 아름답고 초롱한 눈망울과 진실성 있는 대사는 영화의 구성(plot)을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한다. 머피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은 선호하는 얼굴이 아니라서 좀…!(웃음) 어린 머피를 연기한 맥켄지 포이(Mackenzie Foy)의 사랑스러운 깜찍함이라니! 잘 나가던 시절의 조디 포스터나 다코타 패닝을 보는 것만 같다. 타고난 재능보다 노 력에 의한 성취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필자지만, 그 존재 자체가 빛을 발하고 대중을 환호하게 하는, 말 그대로의 ‘셀리브리티(Celebrity)’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관록의 배우 마이클 케인 등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인 배우들의 연기 역시 상찬이었다! 영화의 세계관이나 배경지식의 선택에 따른 찬반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불러일으킨 혁신과 성취는, 2014년의 대단한 특이점을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고, 비슷한 소재의 영화라면 이 영 화와 비교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영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놀란 감독의 창 의성과 모든 제작진의 열심에 기꺼이 찬사를 던지는 바이며, 극중의 시로 낭송되는 다음의 구절을 인용하며, 놀란 감독의 놀라운 차기작을 또다시 기대한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요, 노 인들이여. 저무는 하루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81 문화가 산책 ● 영화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