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월호

74 문 지 운 법무사(서울남부회) 대한민국은 어느덧 애연 가들의 수난시대가 되었나 보다. 지속적인 금연구역 확대와 흡연자들을 바라보 는 따가운 시선의 증가, 그 리고 새해 담배가격 인상으 로 이제 담배를 즐기는 끽연자들은 흡연이냐, 금연이 냐의 역사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형국이다. 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이라는 법리 논쟁을 떠나서 이제는 거리에서 내뿜는 담배 연기마저도 지탄의 대 상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흡연에 관대했던 대한민국에서 자연스 럽게 흡연의 자유를 만끽했던 애연가들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문제적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수모를 당했 고, 한때 기본권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던 위풍당당 흡연권은 이제 헌법의 영토에서 추방되어 그 권위의 회복이 쉽게 이루어 지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금 연 열풍은 뜨겁기만 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 또한 애연가였다. ‘금연이 란 끝이 없고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근거하면, 금연 8년째인 나는 여전히 금연을 시도하 고 있는 애연가인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금연 시도 는 담배의 중독성과 나약한 의지로 인하여 실패를 반 복했고, 니코틴 금단증상이 주는 고통은 갈수록 금연 의지를 상실시켜 갔다. 그러나 나를 고통 없이 그것도 너무나 쉽게 금연으 로 이끌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으니, 그 일은 2006년 12월에 있었던 의뢰인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 한 중년 여성이 법률상담 목 적으로 사무실을 방문하셨다. 채무관계도 없는데 친 오빠가 의뢰인의 부동산에 가압류를 한 사건이었다. 의뢰인과의 상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과 정 중에 의뢰인의 전화가 울렸고, 그 전화 속 사람과 의 통화가 점점 길어졌다. 나는 그 새를 못 참고 사무 실 밖으로 나가 꿀맛 같은 니코틴을 대량 투여하였다. 거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의뢰인은 통화 를 이미 마친 상태라 나는 곧바로 상담을 다시 시작 하였다. 법률용어를 융단 폭격하며 한참 잘난 체 일 장연설을 하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의뢰인 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의뢰인은 상체를 본 법무사의 반대 방향으 로 최대한 기울이며 두 손으로 코를 막고 한심한 눈빛 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와 나 사이를 이렇 게 만든 것은 바로 내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 냄새와 몸에서 풍기는 담배 연기의 잔존물들이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녀의 눈빛! 당시 의뢰인의 눈 동자가 전해주는 메시지, 그것은 바로 불쾌감의 극단 이었다. 그녀가 맡은 냄새는 흡연이 남긴 흔적 정도가 아니라, 수십 년간 내 몸 안에 축척되었던 온갖 것들 의 악취였다. 못 끊던 담배를 단숨에 끊다. 법무사의 향기 (香氣) 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