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월호
77 법무사의서재 엄한 규수 교육을 받고 자란 궤이란은 결혼 첫날 밤 남 편으로부터 보기 좋게 퇴짜를 맞는다. 하지만, 개화된 남편의 극진한 도움과 배려로 전족 을 풀고 새롭고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은 계몽적이지만 감동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미국에서 유학한 궤이란의 오빠는 일찍이 부모님 들이 정혼해 놓은 배우자를 거절하고 유학시절 교수의 딸인 메리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한다. 30년대중국만이아닌,오늘우리이야기! 그리고 중국으로 돌아와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서로 다른 동서양의 문화 대립 속에서도 개화된 사랑 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소설은 부모들이 오빠의 결혼을 끝내 반대하 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이것으로 이들의 사랑이 곧 잘못된 고정관념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 “서양인을 우리들 사이에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그녀의 혈관에 변할 수 없는 외래의 피가 흐르고, 그녀의 가슴에는 외래의 정절이 있다. 그녀가 배태한 아이들은 무슨 이유로도 한족의 아들일 수 없 다. 혈통이 뒤섞이고 순수하지 못한 곳에서 마음이 안 정될 수 없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아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던 어머니에 이어 비교적 우호적이던 아버지마저도 끝내 이렇게 이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궤이란의 오빠는 “오늘부터 나에게 아버지가 없소. 일족도 없소. 이제 양씨의 성도 버릴 것이오. 내 이름을 족보에서 제명하시오. 나와 아내는 여기서 나가 새로운 일족을 창시할 것이오. 우리의 정신을 얽매는 오 래되고 사악한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것이오”라 고 말하며, 사랑을 위해 가문의 영지(영토 혹은 땅)마저 도 포기해 버린다. 궤이란의 오빠와 새언니의 아기가 생 명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힘든 이별의 고통 을 겪어야 했는지! 아기의 어머니는 자신의 나라와 민족 을 떠나는 고통을, 아기의 할머니는 유일한 아들을 포기 하는 아픔을, 아기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과 조상을, 그 리고 신성한 과거를 포기하는 고뇌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 아기가 가져온 ‘사랑’이라는 결합의 기쁨 은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 간극을 순식간에 뛰어넘 은, 어렵고 고통스런 것이지만 놀라운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착각일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에서 어 느 정도 벗어나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서도 다문화 가정을 가까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나 잘못된 고 정관념은 없을까? 이것은 “좋다, 나쁘다”의 논리 문제나 나와 무관한 남의 일처럼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그런 문 제가 아닌 인류 보편적 문제이다. 미국 내에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나 흑백 갈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비판할 수가 있겠는가! 우리는 피부색과 인종, 종교와 문화, 그 모든 다름이 상존해야 하는 하나의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 다. 그래서 오래 전 펄 벅이 쓴 이 소설이 오늘 우리에 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비단 1930년대 과거 중국의 이 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전족도풀지못한채전통적인규수교육을받고자란 궤이란은정혼제에따라서양에서유학한전문의와결혼을 하지만, 첫날밤보기좋게퇴짜를맞는다. 그러나개화된 남편의배려로전족을풀고새로운사랑을만들어간다. 이과정은계몽적이지만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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