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월호

80 김 청 산 법무사(서울중앙회)·본지 편집위원·연극배우 명동예술극장의 「위대한 유산」·극단 작은신화의 「우연한 살인자」 재공연 고전과 완성도 높은 작품이 주는 감동! 순수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늙어갈 수 있는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 우연찮게 두 편의 연극과 함 께 하는 행운을 얻었다. 하나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 된, 셰익스피어 이상으로 영국이 사랑하는 작가 찰스 디 킨스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이었고, 하 나는 지난 2013년 11월에 초연(初演) 평을 썼던 「우연한 살인자」의개정판(?)이었다. 필자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 1870)의 작품 중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를 가장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작품 은 스쿠르지 영감이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일 것이다. 디킨스의 작품 대부분이 뚜렷한 권선징악적 주제의 식과 당시 초기자본주의 사회와 세태에 대한 비판, 풍 부하고 깊이 있는 인물·상황 묘사로 고전(古典)의 반열 에 올라있다. 그 중에서도 「위대한 유산」은 수차례 영화로도 만 들어질 정도로 매력적이고, 현 시대의 청춘들도 한 번 쯤 되새겨 볼 만한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주제로 빛나 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상연작을 본 필자의 소감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워낙 대작인 데다가 문학작품을 극본으로 각색 했으니 원작의 인물과 스토리 중 큰 줄기를 취해 생략과 압축을 했음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평면적인 인물 구성과 무대의 쓰임에는 고개 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유 산을 상속받기 위해 신사가 되어야만 하는 주인공 핍 과 그 누나와 매형이 사는 공간이 고정적인 것처럼, 핍 과 핍이 사랑하는 에스텔라를 복수극의 희생양으로 삼 고자 했던 해비셤 부인의 소왕국이랄 수 있는 대저택도 따로, 고립돼 있어야 했다. 객석에서 볼 때 먼 윗부분의 좌측에 따로 마련된 차 갑고 외딴 느낌의 공간은 다른 인물의 접근을 불허하 거나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느낌을 주었어야 하지 않 을까? 관록의 배우 길해연이 그 역할에 무거운 힘을 실어 주었지만, 공간과 빛(조명)이 그 언저리를 다른 곳 으로부터 차단해 주는 데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발코니처럼 따로 높이와 깊이의 위계를 주거 나, 이전 소개한 바 있었던 오페라 「오텔로」의 무대처 럼 이동식 건축물을 통해 다른 이들이 사선으로 올려 다보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상향평준화된 수준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김석훈은 외모와 잠재력이 좋은 배우 임에 틀림없지만, 너무 ‘사람 좋은’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는 데 그쳐서 안타깝다. 자신의 대중매체에서의 이 미지를 뛰어넘는, 더욱 격정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많은 역할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연극 문화가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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