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월호

『 』 2015 년 1 월호 83 인문학의창 3) 인격적 교제 인간은 신체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우리의 정 신과 신체는 서로 밀접하게 침투되어 불가분의 관계 를 갖는다. 실존하는 인간은 심신통일체이다. 우리의 신체는 인격적 신체다. ‘수육적(受肉的)’ 존재인 인간, 곧 실존은 세계내적 존재로서 고립적 단독자가 아니 고, 타자와 공존하는 인격적 존재이다. 즉, 인간은 소 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주체성을 가진 인격적 존재 로서 공존한다. 우리는 객관화 할 수 없는 내면적 관련성에 있어 서 타자와 만나게 된다. ‘만난다’는 것은 순간적이고 외면적인 접촉 이상의 것이다. 여기에서 ‘나-너-관계 (Ich-Du-Verh ä ltnis)’가 성립한다. 마르셀에 의하면, 이것은 우정이나 연애에 있어 나타난다. 여기에는 너무나 깊고 인격적인 무엇이(etwas) 있 으며 나와 상대방은 하나의 ‘우리’가 되어 상대방에게 깊은 감명을 주어 두 사람 사이에 내면적인 변혁이 일 어난다. 이때에 ‘나’는 그대를 위해 헌신하고 싶고 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고 ‘우리는 존재한 다’가 된다. 우리는 타자와 더불어 존재하는 공존 속 에서 살아간다. 같은 위험을 느낀다든지, 같은 책을 읽으며 공명한다든지 할 때 타인과 나는 같은 유대를 나타내어 새로운 ‘우리’를 창조하며, 이때의 타인은 객관적인 제3자의 관계를 초월하여 ‘그대’가 된다. 여기에서 건전한 교제가 이루어져 존재론적인 ‘신 비’의 세계로 이동한다. 이 현상은 하나의 객관적 사 실로서 심리적 분석이나 논리적 추이가 개입할 여지 가 없다. 여기에서 새로운 깊이를 가지게 되어 나 자 신을 개조하게 된다. 여기에서 나는 자아중심의 자그마한 질곡에서 벗 어나게 되고 객관적 사실이 있는 것 그 이상의 것이 된다. 나는 비로소 초주관적이고 초객관적인 존재 의 탐색을 지향하게 되는데, 이 실제를 ’존재론적 신 비‘라 하였다. 과학은 나의 앞에 놓여있는 과제를 다루는 것이나, 철학적 반성은 그 속에 나 자신이 관여하는 ‘신비’ 속 에 들어 있다. 나와 상대방이 만나는 곳에 생명의 샘 이 용솟음치고 새로운 실제가 인지되는 동시에 또한 창조된다. 이러한 실제적인 친근성, 참된 공동적 존재 성을 그는 ‘현존(pr é sence)’이라 하였다. 나의 친우는 나에게 존재한다. 현존은 하나의 눈 짓, 말투, 간단한 악수로서 나타난다. 나에게 현존하 는 존재는 그저 나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니다. 실존과 실존의 인격적 교제에는 너와 나의 사랑 (Liebe)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너와 나의 대립관계나 소유관계에서 벗어나 세계 안의 존재로서 일치하고 서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유관계에서는 욕망 은 있을 수 있지만 사랑은 있을 수 없다. 여기의 사랑은 전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 는 것이며, 동시에 자기존재는 무조건적으로 상대방 의 존재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마르셀은 이러한 사랑만이 현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4) 공동적 참여에 성실한 실존 나의 친우가 나에게 존재함은 내가 그를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와 함께 있는 것이며, 내가 의식 하고 있는 이상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마르셀에 의하면, 존재( é tre)는 원래 소유(avoir) 가 아니며, 순수한 창조가 있는 곳에 소유는 초월된 다. 소유는 객관화 할 수 없는 공동적 참여(engage- ment)에 있어서, 즉, 주체와 주체자신, 주체와 타자, 주체와 신과의 교제에 있어 확연히 드러난다. 내가 공 동적 참여 속에 얼마나 성실한가에 따라 그만큼 나는 존재에 도달한다. 마르셀은 성실(fid é lit é )이 없는 곳에 존재는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나의 모든 성실을 다하여 절대적으 로 헌신할 수 있는 대상자는 바로 신(神)이다. 공동적 참여에 따르는 성실의 정도가 곧 존재의 정도를 좌우 한다면 신에 대한 성실에 의하여 신이 나에게 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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