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2월호
4 부부, 가깝고도먼동반자 나를가장행복하게해줄사람이라생각했는데, 이제는가장불행하게만드는사람! 가족치료학자 사티어에 의하면 ‘부부’는 가족관계에서 대들보와 같다고 한다. 부모가 아닌 부부가 가족을 지키 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진정으로 화목하고 행복한 것도, 부모가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것도 모두 부부관계가 좋았을 때 가능한 것이다. 부부는 서로 사랑해서 이루어진 인연이다. 결혼식 때 빠지지 않는 절차가 백년가약이다. 나의 결혼식을 돌이켜 보면 백년가약은 마치 사족과 같았다. 사랑에 빠진 우리에겐 함께 하게 될 앞으로의 삶이 달콤하게만 느껴졌고, 굳이 다짐을 하지 않아도 영원히 함께 할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뒤, 나는 남편을 대하는 일상 적인 말투가 놀랄 정도로 퉁명스러워져 있음을 깨달으며 스스로에게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느 순간 부부관계는 함께 살 수도, 헤어질 수도 없는 고통스러운 관계가 되어 버렸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도 가장 먼 사람처럼 느껴진다’, ‘내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이러한 하소연들은 많은 부부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이미 가정이란 배는 항해를 시작했고 그동안 자녀도 태어 났다. 배우자가 맘에 안 드니 희망은 자녀다. 자녀를 잘 키우는 것에 집중해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녀들도 원하는 대로 자라주질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부모 탓이라고 한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항해가 멈춘 것인 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배우자의 탓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항해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항해를 위해서 배우자가 약간만 변화해 주면 될 것 같다.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설득도 하고 비난의 강도도 높여본다. 그러나 요지부동이다.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는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낀다. 이젠 배가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듯한 절망감이 든다. 이런 상태가 되면 불행을 운명으로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이혼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부부상담 전문가를 찾 기도 한다. 사람들은 부부관계가 악화되면 우선 상대방에게서 그 이유를 찾는다. 상대에 대한 실망이 쌓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선택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 은 두 사람 모두가 하고 있기에 팽팽한 대립만 가중시킬 뿐이다. 부부관계는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개인의 성격 특징이나 각자 자신의 원가족에서 받은 영향과 관련 이 있다는 관점(distalen Kontext)과 각자의 성향과 상관없이 두 사람이 주고받는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관점(proximalen Kontext)이다. 전자가 결혼하기 이전의 과거시점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후자는 결혼 이후 현 재의 부부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권두언 이 남 옥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부회장·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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