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2월호
『 법무사 』 2015 년 2 월호 83 카덴차(cadenza) 및 관현악단과의 밀당은, 듣기만 하 는 것을 넘어 보는 재미까지도 충분히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리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음량과 감성으로 내 몸에 육박해 들어오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 뒤쪽의 합창석에 앉아서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 고, 그다지 관현악 주자들이 많이 배치되지 않은 탓도 있을 것 같다. 협주곡이라고 해서 꼭 정해진 숫자만큼 의 바이올린, 첼로 등이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니까. 드럼을 치는 분의 연주가 인상 깊었다. 바쁘게 이것 저것 챙기고, 한 순간도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완벽 하게 대기하는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를 느꼈달까. 무 대 뒤에 앉으니 가능한 경험이었다. 약간 아쉬운 점은, 템포가 좀 빨라서 독주 바이올린 의 기교를 마음껏 감상하기가 힘들었고, 하나하나 음 을 눌러 주면서 음미하게 하기보다는 빨리 해치워 버 린 것 같아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연주는 수준급이었고, 다 같이 기꺼운 마음으로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차이코프스키 외에도 우리나라의 현대음악 작곡가 임준희 교수의 교향시 「용비어천가」의 한 악장도 신선 하게 들렸다. 한국의 고전악기를 오케스트라와 함께 배치하고, 특유의 휘몰이와 결합한 모든 악기의 분출 로 보여준 장대한 마무리는 전세계 음악계에 던지는 큰 가능성으로 보인다. 그가 작곡한 한국 오페라 「천 생연분」을 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또, 베를리오즈(Louis-Hector Berlioz, 1803. 12.11. ~ 1869.3.8.)의 「환상 교향곡 Op.14」 또한 너 무나도 유명한 곡이고, 사실 이 날 연주회의 표제곡인 데 차이코프스키를 사랑하는 필자가 앞의 공연 얘기 만 많이 해서 미안하다. 베를리오즈의 작품 세계, 특히 이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예술가 두 명을 꼽으라면 단연 셰익스피 어와 베토벤일 것이다. 작품의구성자체가셰익스피어가쓴희비극의막의전 환과 흡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리어 왕」의 광기와 「맥베드」의 스산 하고 불길한 예감으로 전 화(轉化)되어 가는 느낌을 준다. 음향적 다양함은 또 어떠한가. 선배들에게서 는 보기 힘들었던, 다중 적인 선율의 병렬적인 배 치, 대편성에서도 드문 드럼과 튜바, 바순 등 금관악기와 하프의 빈번한 활용, 클라리넷과 플루트의 서로에 대한, 또한 오케스트라 전체에 대한 주고받음 등등, 말 그대로 ‘환상’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이고, 이 영향이 말러와 바그 너를 선도했음은 당연하게 동의하게 될 것이다. 많이 들어서 외울 정도의 선율은 아니지만, 역시 ‘보 면서’ 듣는 재미가 있었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관객이 열렬히 앙코르를 요청한 것만 봐도 성공적인 무대였음 을 알 수 있었다. 황군을 위한 앰프, 녀석은 뭐라고 할까? 황군은 올해에 「햄릿」을 연출한다는데, 필자도 그 무대에 서고 싶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대신 20 년 전에 혼자 마음속으로 약속했던 것, 진공관 앰프를 하나 멋들어지게 만들어서 그에게 선물하겠다는 계획 이 실현 직전에 와 있다. 완성품을 가져가면 녀석은 뭐라고 말할까? “형, 저 이미 이런 것 졸업했는데…”라며 하이파이 시스템을 자 랑할까? 아니, 다시 한 번 “앗싸~” 하면서 턴테이블과 포노 앰프도 구해 달라고 나를 윽박지를지도 모른다. KBS교향악단은 올해 베토벤을 비롯한 많은 거성들 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구경 가는 것이 필자의 목표다. 연주회장 옆의 미술관에 서 볼 것도 많다. 이 겨울이 춥지 않다고 우길 수 있는 어 설픈이유중한가지다. 문화가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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