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4월호

잡종 암컷 강아지 두 마리를 주었는데 그 중 하나다. ‘진돌이’, ‘복실이’, ‘토실이’로 이름을 짓고는 진돌 이는 외곽에, 복·토실이는 동초(動晴)에 배치하였다. 자매로 태어났어도 복실이는 털이 길고 누런색에 씩씩하고 간섭을 싫어하는데 비하여 토설이는 털이 짧고 흰색에 가까우며 사슴같이 여리고 사람에게 치 대는 스타일, 거기에다 연애를 잘해서 40여 마리의 자손을 퍼뜨렸다. 복실이가 처녀의 몸으로 떠남에 그 사랑까지 독차지하게 되어 야외에서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꼭 무릎 위에 톡 튀어 오른다. 모든 축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老心 지향하며 남들은 더러 방개 주제에…“하고 빈정거렸지만 으 레 보는 모습에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였다. 이발·목 욕에다 진드기 잡느라 살을 비비었댜 손만 대면 딱 발시고 눕는 섹시 미, 떼놓고 외출할 때 토라지는 눈, 저녁에 들어오면 꼬리를 뱅뱅 돌리면서 차 앞으로 뛰 던 모습, 마을 길로 뒷산으로 함께 했던 산보…, 이제 모두 추억으로 돌려야 하는가. 임신을 막으려고 가두어도 언제 그랬는지 새끼를 낳아 재꼈고 이를 분양하느라 구걸 다니다가 앞집 수 컷 똘이’의 책임을 물어 그 집에 안겨버린 힘든 시간 도 있었지만, 자라는 생명의 꽃에 미움을 묻고 지낸 세월이 그래그래 홀러갔다. 덕분에 『TV동물농장』은 단골 프로로, 『하치이야기』는 다시 보는 명화가 되기 도하였댜 한 달 전쯤, 토실이가 숨을 쉴 때마다 “젝섹!”하는 소리가 들렸다. 뒷산 나뭇잎 수만큼이나 혼들었을 꼬 리도 생기를 잃었고 먹는 것도 시원치 않았다. 현관에 있던 그의 집을 거실로 옮기고 지켜보다가 병원에 갔 더니 노령 탓에 심장이 비대하여 기관지를 누르고 있 다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댜 약을 먹이면서 밤 중에도 쉬~를 시켰지만 거실에 실례를 하는 때가 많 았댜 『법무사』 2015년 4월호』훑 약이 소변을 잦게 하고 요실금도 있었던가 보다. 외 출도 못하는 병 수발에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토설이 의 고통이 전이되어 온 가족이 우울증에 빠질 즈음, ‘더 큰 이별에 대비한 훈련’이라 생각하고 ‘인연에게 도리를 다하자고 서로 부축했댜 아파트에서 애지중 지하던 고양이 ‘부비’를 잃은 아들 부부도 그 슬픔을 밀어놓고 와서 거들었다. 그러나 토실이는 일요일 저녁뉴스가 끝날 쯤에 떠 났댜 낮에 한 번 혼절했다가 깨어나는가 싶더니 우 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댜 고개조차 가누지 못하고 누워서 할딱이다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턱 일어나 앉아서 아빠 업마 그리고 주위를 천천히 빙 둘러 보고는 조용히 쓰러졌다. 반사적으로 얼른 안아서 이름을 불렀으나 팔 아래 로 축 처져버리는 머리, 감지 못한 눈에 가득 고인 눈 물, 그 위로 떨어진 사람의 눈물이 보태져 흘러내렸 다. 생명과 생명을 엇던 고리가 덜렁거렸다. 부처님께서는 왕자의 몸이면서도 새에게 먹히는 벌 레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출가하셨다는데, 항차 보통사람이 사랑과 이별 할 때의 충격이야…. 외로운 사람의 가슴은 더 비어 버릴 텐대, “개 한 마리 가지고 뭘 그래!" 쇠막대기 같은 핀잔 때문에, 아니면 바보 같은 속 내가 들킬까봐 밖으로 뿜지 못하고 안으로만 접어야 하는 슬픔을 안은 채 밤을 밝히는 사람들이 하 얼마 일까. 굳이 개 때문이 아니라도 좋다. 박해석 시인이 토 (吐)한 대로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옹크린 채 우는 사람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너와 나의 자화상 이 아니겠는가. 애완동물을 보내고 나서 다시는 키우 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공감하지만 나는 토실이가 맡긴 생명, ‘예뻬 ‘뽀뻬 빠빠를 거두어야 한다. 그와 그랬던 것처럼 꽃이 피 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우는 세월을 함께 걸어 갈 것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노심(老心) 을지향하며. @ 수상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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