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5월호
73 『 법무사 』 2015 년 5월호 수상 있어서 신은 ‘습붕’만 못하오니 그를 대사행(大司行) 으로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토지를 개척하여 곡식을 많이 산출하는데 있어서는 ‘영척’만 못하오니 그를 대 사광목(大司 牧)에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수레가 서로 혼잡하지 않고 군대를 앞으로만 나아 가게 하는 데 있어 신은 ‘왕자 성보’만 못하오니 그를 대사마(大司馬)에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송사를 공정 히 판결하고 무고한 백성을 죽이지 않음에 있어 신은 ‘빈수무’만 못하오니 그를 대사리(大司理)에 임명하시 기 바랍니다. 임금의 안색을 범하면서까지 간하되 충성되어 죽음 도 피하지 않고 부귀에도 흔들리지 않음에 있어 신은 ‘포숙’만 못하오니 그를 대간관(大諫官)에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만 하신다면 신은 재주가 없으나마 군명을 받들어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환공은 즉시 다섯사람을 관중이 천거하는 직위에 임명하는 한편, 관중을 재상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관중은 제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완벽하리만큼 충실 을 기하여 제나라를 제국 중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한 관중의 명언은 먼저 먹고 입는 문제, 즉 경 제로부터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의 바른 도리라는 것 이다. 관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환공을 춘추의 패자로 만들었다. “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성공한 뒤에 관중은 포숙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이 렇게 회고했다. “내가 젊고 가난했을 때, 포숙과 동업하여 언제나 내가 더 많은 이득을 취했으나 포숙은 나에게 욕심쟁 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또 싸움터에서 세 번이나 도망쳐 온 적이 있었 으나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나에게 늙은 어머 니가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패하여 내가 묶이는 치욕을 당했으나 나 를 염치없다고 비웃지 않았다. 공명을 천하에 알리지 못함을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싸움에서 패하고 소홀은 죽고 나는 붙들 려 함거에 실려 갔다. 그러나 포숙은 내가 주군을 따 라죽지 않은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 고 하지 않았다. 내가 작은 절개를 굽히는 것보다 큰 이름을 천하에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더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진정으로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부모님은 나의 육신을 생겨 나게 했다면 포숙은 나의 진면모를 알아 그 가치를 인 정해 주었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이 말은 염파와 인상여가 맺은 문경지교(刎頸之交), 백아와 종자기가 맺은 지음지교 (知音之交), 유비와 제갈공명의 관계를 말한 수어지교 (水魚之交)와 함께 지극한 우정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마침내 일세의 영걸 관중이 병에 걸려 위독해졌다. 환 공은관중의뒤를포숙에게맡기로하였다. 그러나가장 친한벗이었던포숙에대해관중은이렇게평했다. “포숙은 단지 군자일 뿐으로 정치에는 합당치 않습 니다. 그는 선악을 너무 분명하게 가릅니다. 물론 선 을 좋아함은 좋은 것이지만 그는 악을 싫어함이 너무 심합니다. 포숙은 사람이 한 번 잘못한 것을 보면 종 신토록 그것을 잊지 못합니다.” 이 말을 듣고 포숙은 말했다. “바로 그런 점이야말로 내가 관중을 천거한 까닭이 다. 관중은 나라 일에는 공정한 마음으로 임하여 비 록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사사로운 정을 두지 않는 사 람이다. 나도 그를 잘 알고 있거니와 그 또한 나를 잘 알고 있다.” 아! 참다운 우정은 길고도 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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