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6월호

82 오랜만에 공연에 참여하여 정신없는 몇 주간을 보내 고 나니 또 원고 마감일이 다가왔다. 편집장의 독촉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전에는 써놓고 저울질하고 가다듬는 데 며칠을 보냈다면,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할 얘기는 쌓여 있는데 막상 펜을 들지 못하는 시간의 압박이 커서 더욱 불안했다. 한쪽에 쟁여 놓았던 이야깃거리를 챙겨 보다가, 이번 에는 번역 관련 독서담으로 꾸며야겠다고 결심했다. 어 쩌다 보니 어떤 책의 번역에 손을 대게 되면서 번역의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번역에 대한 궁금증이나 묘한 동경이 있어 왔다. 이번에는 그동안 읽은 번역 관 련 책들의 대강을 훑어보고, 앞으로의 읽기 및 작업의 중간 뼈대로 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 『오역사전』 - 쉽고 부담 없는 실용서 번역 관련 책의 권수(卷數)로나 그 내용의 알참에 있 어서, 안정효 선생의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지금은 절판된 몇 권까지 더하면, 그의 책만 해도 읽은 것이 열 권 가까이 된다. 『가짜영어사전』부터 『영어 길들이기』, 『번역의 공격과 수비』, 그리고 최근의 『오역사전』에 이르 기까지, 그의 책은 속된 말로 믿고 사서 보는 책들이다. 한국 번역 문화의 실태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실제 적인 영문학의 번역 및 오역례까지, 말 그대로 술술 읽 으며 넘길 수 있어서, 전문가의 길을 걷지 않는 일반인 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왕자’라는 제목은 잘못된 것이고, ‘꼬마 임금님’ 정도여야 했다는 부분에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없애라는 원칙(?)도 한 번 상기해 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 대사를 모은 최근간 은 저자의 어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오탈자가 난 무한다는 점이다. 이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꾸짖어야 할 일로 본다. 알고 보니 선생도 모교 선배요, 연극반에서 공연 작 업을 한 적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인 사도 못한 낯가림이라니…!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 - 번역의 이론화 작업 명쾌! 이희재 씨의 『번역의 탄생』도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다른 이 들도 마찬가지지만, 직접 현업 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는 번역 김 청 산 법무사(서울중앙회)·본지 편집위원·연극배우 법무사의 독서노트 글 잘 쓰는 법 - 안정효, 움베르토 에코 등의 번역 길라잡이 “번역과 반역”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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