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7월호
76 잘 읽히지 않았던 『강의』, 뒤늦게 깨치는 기쁨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 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 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느끼게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 철의 원시적인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 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 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사실은매우불행한일입니다.” 성공회대 교수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 색』 중 한 구절인 이 이야기는 지금도 다시 읽고 새기기 에 더 없이 좋은 구절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선생의 저서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일 것이다. 20년하고 20일 동안의 수형생활, 무기수로서의 한 사상가가 많은 수감자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건져 낸 일상의 명상들, 그 절절함과 감히 넘겨짚을 수 없는 경험에서 나온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색들은, 출 간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나에게는 큰 경외와 감동으 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10년 전 후배로부터 선물 받았던, 선생의 다 른 저서인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는 잘 읽히지가 않았었다. 문체에 익숙치 않아서일까, 받아들일 만한 내 생각의 그릇이 형성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갓 법 무사시험에 합격해 여기저기 사람을 만나러 다니면서 돈 잘 버는 전문직이 되리라는 허황된 꿈에 젖어 발이 땅에서 떨어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담론(談論)』이다. 지난달 필자가 출 연한 마지막 연극공연(「사쿠라 가든」, 서강연극회 100 회 기념공연)을 보고서, 김현정 법무사님이 작은 감사의 표시라며 선물로 사서 보내주셨다. ‘내가 결제하고 지인 에게책을보낸다’, 따라하고싶은감동적인일이다. 이번에는 정말 미친 듯이 읽었다. 책의 부피나 내용 이 하룻밤에 읽을 만한 것은 아니라, 두 주일 정도 꼼 꼼히, 출퇴근하며 전철에서, 고향 여수 다녀오는 기차 에서, 술 마시는 곳에서도 짬을 내어 곳곳에 색연필을 칠해 가며 읽었다. 책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시기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와 닿지 않던 저자의 글이, 이렇게 재미있고, 공 감이 가고, 숙연(肅然)하게 독자를 파고들 수가 없다. 선생의 말투에 귀가 열리기 시작한 느낌이다. 다 읽고 난 후 다시 『강의』를 펴내 들었다. 감동의 반복, 확장, 김 청 산 법무사(서울중앙회)·본지 편집위원·연극배우 법무사의독서노트 신영복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담론』 “배우지않고생각만하는것은 위험하다 (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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