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7월호
77 『 법무사 』 2015 년 7 월호 법무사의독서노트 심화이다. 읽은 분은 알 것이다. 무슨 뜻인지…. 『담론』, 동양철학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리 돋보여 『강의』는 제목 그대로 동양 고전들을 강해(講解)하 는 책이다. 『시경』, 『서경』, 『주역』, 『논어』, 『맹자』, 『노 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대학』, 『중용』 등의 순서대로다. 선생의 독특한 화두인 ‘관계론(關係論)’의 시각에서 동양철학의 사상들을 조망한 것으로, 언뜻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것 같은 주제들을 나름의 시선으로 끄집어내 고 해석해서 보여준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 려운 묵가의 사상과 『시경(詩經)』의 작품 소개는 신 선한 앎의 기쁨을 주었다. 『담론』은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이랄까? 1부는 같은 고전 강의로,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이라는 소제목 이 달렸다. 2부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이라는 제목 으로, 수감 생활의 에피소드나 출소 후의 여행 등을 통해서 깨달음과 사색의 단초가 되었던 것들을 자신만 의 시각으로 풀어낸, 경험담과 에세이의 결합이라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청구회 추억』 등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뒤에 나온 책을 먼저 보고, 전에 나온 책을 다음에 읽는 것이 내게는 오히려 행운이었다. 이제 고 희를 넘긴 저자가 최대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힘 을 빼고 마지막 강의를 한 것이 『담론』이라면, 동양 고 전을 읽고 비판적으로 강론하며 현대 사회와 우리 의 식에 적용, 반성해 보는 계기를 주는 측면은, 보다 많은 편(編)과 구절을 인용한 『강의』가 더 깊다고 할까? 그 런 면에서는 먼저 나온 책이 오히려 심화학습용이다. 선생의 설명 중 가장 독특했던 것은 ‘아름다움’이라 는 말의 어의(語義) 풀이였다. ‘모름다움’의 반대말로, ‘익숙해서 알고 있는(知) 것이 미(美)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은, 언뜻 반대로 생각할 수 있는 우리의 미 학적 인식에 큰 충격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미추(美醜)’라는 인식과 호오(好惡)의 문제가, 오랫 동안 보아 왔고 예측 가능한 것이냐 하는 지식, 경험의 차원과 결부된다는 시각은, 새로운 것을 보고 놀라고 즐거워하는 세태와 관련해 많은 생각할 거리가 되었다.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방식의 한계, 상품미 학의 허구성 등에 대한 고발은, 평소 필자의 생각을 확인해 주면서 더욱 확장해서 보여주는 명문이었다. 마지막 글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碩果不食)’도 마음에 새긴다. 그런데 학교의 강의를 녹취해서 엮은 글이다 보니 어 쩔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우선, 한 권의 책을 독파하는 식의 깊이 있는 강론은 될 수 없고, 발췌(拔萃)식으로 몇몇 구절들만 읽고 선생의 해제를 넣는 식이니, 각각 의 고전에 대한 완결된 해설서는 될 수 없다. 결국 그 책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구해서 읽어 나 갈 수밖에 없다. 선생의 건강이 유지되어서 각각의 고 전에 대한 주석서를 내주면 좋겠지만, 전공 학자가 아 닌 분이라 고사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독특하고 비극적으로 살아오신 분의 생각, 여물고 단단해진 깊이는, 상아탑 안의 붓질이나 현장 을 핑계로 한 장삿속에 파묻히지 않는 영롱함이 있다. 그의 책을 모두 구해서 볼 여력이 없는 사람은, 이번 의 『담론』 한 권만 읽어도 그의 사상적 궤적을 어느 정 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거기서 자극을 얻어 연관된 다른 책을 찾아나서는 즐거움도 도모해볼 만하다. 아, 참! 이 글의 제목,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는 선생이 인용한 『논어 (論語)』 속 공자의 말이다. “생각하지 않으며 배우는 것은 부질없으며, 배우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색과 실천의 일치!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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