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8월호

20 상업등기실무 “그러면 ‘주식회사 공명’과 ‘공명 주식회사’도 동일한 상호로 보나요?” “1980년대까지 거의 모든 회사가 ‘공명 주식회사’처 럼 회사의 상호를 앞에 표기하고, 뒤에 회사의 종류를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회사의 종류가 앞에 나오고, 상호가 뒤에 표시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주식회사 공명’은 서양식 표기 방법입니다. 대 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세계경영’이라는 슬로건을 내 세우면서, ‘대우 주식회사’를 ‘주식회사 대우’로 바꾼 것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무사님, ‘주식회사 공명’ 등기부를 살펴보 세요. 해산 간주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해산 간주된 회사의 상호라면 다른 회사가 이 상호를 사용할 수 있 는 것이 아닌지요?” “청산종결 등의 사유로 등기부가 폐쇄된 회사의 상 호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산 간주된 회사 는 청산이 종결될 때까지 법인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 상호를 다른 회사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물론 같은 목 적인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하겠지만요.” 어떻게 상호를 변경할 것인지 전체적인 검토를 한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사무실에 돌아와 서 「상법」과 대법원 예규 등을 검토하고, 자료를 세밀 하게 살펴보았다. 서울에 지점등기를 해 놓은 ‘공명 주식회사’의 본점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열람해 보고 깜짝 놀랐다. 본점 등기부의 상호가 다른 상호로 변경되어 있었다. 회사가 본점 상호를 변경해 놓고, 지점에서는 그 등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의외의 성과였다. ‘유한회사 공명’의 등기 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으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는데, 등기부로는 특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자료를 모두 검토한 후, 검토 의견과 각 회사별로 해 결 대안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에 다시 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법무사님, 자료검토는 모두 마치셨습니까?” “네, 각 회사별로 해결 대안까지 모두 수립해 두었습 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잠깐 보류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룹 내 법무팀이 따로 있는데 팀 장이 상무로 검사 출신입니다. 회장님께서 법무팀에 상 호 변경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하라고 한 모양입니다. 법무팀장이 기획팀에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 차 저에게 전화를 했는데, 제가 법무사님과 그동안 진 행해온 과정을 설명을 했더니 못미더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오후에 대형 로펌을 방문해 로펌의 의견을 듣기 로 했습니다. 저도 동행하는데 회의 결과를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허탈했다. 맥이 빠진다는 것이 딱 그런 기분이었다. 법무사를 하면서 거의 비애를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앞에 큰 벽이 다가서는 느낌이었고 뒤통수를 누 가 한 번 세게 쥐어박은 것 같았다. “예. 연락주세요.” 필자가 힘없이 대답을 하자, 팀장이 미안하다며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허탈한 마음에 전화를 끊고는 산 책을 가겠다며 사무실을 나왔다. 이럴 때는 소주가 제 격인데, 그렇다고 근무시간에 소주를 마실 수는 없고, 캔 맥주를 하나 사서 사무실 옆 공원에 앉아 단숨에 들이킨 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퇴근할 무렵이 되자 팀장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약간은 들뜬 듯, 밝고 유쾌한 목소리였지만 무시해 버 리고 싶었다. “법무사님. 로펌에 다녀왔습니다. 변호사가 다섯 명 에 등기팀장이 나와서 상담을 하는데, 엄청나더군요. 상담비만도 상당한 금액입니다.” ‘쳇! 그래서 어쩌라고?’ 물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동안 그룹에서 검토한 결과를 설명 드렸습니다. 그 랬더니, 등기팀장이 이미 이 일을 진행하는 전문가가 있 는지 묻더군요. 그래서 염 법무사님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쪽 답변이 걸작입니다. 염 법무사님이 검토하면, 자기네들이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테니계속법무사님과일하라는거예요.”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상무님은 뭐라고 하시던 실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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