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2015년 8월호 83 마거릿 대처의 사례에서 보듯이 보수정당은 ‘사회’라 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극구 부정하는 것이 유리 하다는 것이다. 사회는 정치가 효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기 때문에 실업·불황·빈곤이 심화되거나 경제가 어려 워져 자살률과 살인율이 올라가게 되면 정당으로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그런 일들을 정당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 바 깥에서 벌어지는 재앙으로 따로 떼어내, 자살이 정당 의 정책이나 사회 조류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절망감 때문에 벌어지는 지극히 사사롭고 개인적인 행위라고 우겨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직한 사람들은 실직에 이르기까지의 다양 한 원인들은 외면한 채, 쓸모 있는 사람과 쓸모없는 사 람, 일꾼과 게으름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선호하는 미국 문화 속에서 ‘쓸모없는 인간’으로 분류되며 스스 로 그 사실을 느끼도록 ‘수치심’을 강요받는다고 지적 한다. 바로 이러한 ‘수치심’이 살인과 자살의 심리적 원 인이라는 것이다. “수치심에 휘둘리는 정치적 가치체계는 명예와 수치 의 위계 구조에서 우월한 지위를 놓고 다투는 데 주안점 을 두는 정당을 낳을 것이고 그런 정당이 사회를 자꾸만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수치 문화로, 즉 폭력이 일어나기 에 안성맞춤인 세상으로 몰아가리라는 것이야말로 참으 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저자는 불평등 정책으로 인한 개인의 사회경제 적 추락은 수치심을 강요받고, 그 수치심이 자살과 폭 력, 살인율을 높이는 원인이 되며, 그러한 불평등 정책 을 집권 전략으로 이용하는 정치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좌우 대립, 보수와 진보의 정의도 아직은 많 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자신의 소속과 견해를 떠나 이와 같은 미국 정치와 관련한 길리건의 정신의학적 진단은, 날로 빈부의 격차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에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 달의 Good Book! 제목은 뭐로 하지? 앙드레 버나드 저 / 최재봉 역 / 모멘토 / 2010.11.15. / 232쪽 정말 아무 고민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유명 작가들의 작품 제목이 어 떻게 결정되었는지 그 사연을 들려준 다. 존 스타인벡의 걸작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이 창세기의 한 구절에 서 나왔다는 것,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 의 시장(Vanity Fair)」은 ‘천로역정’에서 떠올린 것이라는 사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 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의 탄생 배경, 윈스 턴 처칠의 연설문집이 미국에서 ‘영국이 잠들었을 때(When England Slept)’라는 제목으로 바뀐 사연 등이 흥미롭다. 한편, 한국 작가들의 작품 제목에 대한 소개도 부록으로 실려 있는데, 김훈이 「칼의 노래」 제목으로 처음 생각한 것 은 ‘광화문 그 사내’라는 타이틀이었다는 것, 박상우의 「샤갈 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우연의 일치로 김춘수의 시와 같은 제목을 가지게 되었는데, 정작 샤갈은 ‘눈 내리는 마을’과 같 은 제목의 작품을 그린 적은 없다는 사실 등이 재밌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저 / 한빛비즈 / 2014.12.24. / 376쪽 동명의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가 집필 한 다이제스트 교양서. 정치제도는 경 제 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선택 의 문제라는 것, 진보와 보수의 대비는 우리나라가 채택한 신자유주의의 정책 에 대한 호불호로 나뉜다는 것, 가난하 고 약자인 사람들이 감세와 양극화에 손을 들어 주는 이율배반의 지적, 의무론과 목적론이 윤리 적으로 어떤 대립을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 점, 한국 사 회의 특수한 경험이 체제 중 좌보다 우를 선택하도록 하 는 경향의 풀이 등 이분법적 대비로 역사·정치·경제·사 회·윤리에 대한 대립하는 시각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 어 쓴 이 책도 즐거운 출퇴근 시간을 보장해 줄 것이다. 법무사의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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