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9월호

76 인문학의창 ▶ 『한중록』은 어떤 책인가? 혜경궁, 사도세자의 아내가 피눈물로 쓴 회고록 『한중록』은 사도세자 의 아내이자 영조의 며 느리, 그리고 위대한 개 혁군주 정조의 어머니로 살았던 여인, 혜경궁 홍 씨의 뜨거운 기록이다. 공식사료에서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사도세자의 죽 음을 둘러싼 내밀한 진실을 폭로해 또 하나의 역사서 로 평가받고 있다. 혜경궁 홍씨(1735~1815)는 영조 당시 영의정을 지 냈던 홍봉한(洪鳳漢)의 딸로, 열 살 때인 1744년 세자 빈에 책봉되었고, 스물여덟이던 1762년 남편 사도세 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이른바 ‘임오화변(壬午禍變)’ 을 겪는다. 1776년 정조가 즉위한 후 ‘혜경(惠慶)’으로 궁호가 승격되면서 ‘혜경궁 홍씨’로 널리 알려졌으며, 1899년 사도세자가 ‘장조(莊祖)’로 추존되면서 ‘경의왕 후(敬懿王后)’로 추존된다. 『한중록』은 혜경궁이 정조 집권기인 1795년부터 정 순왕후 사후인 1806년까지 총 다섯 번에 걸쳐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여러 정치적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 각을 피력한 글들을 모아 여러 가지 체제로 편집한 책 이다. 특히 사건의 시간적 전개에 따라 편집한 ‘종합본’ 을 일반적으로 『한중록』이라고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글만 따로 묶어 한문으로 필사되기 도 했는데, 여기에는 『읍혈록(泣血錄)』이라는 제목이 많 이 붙었다. 내용 중에 혜경궁이 ‘피눈물을 흘리며 쓴다’ 는 말이 있어서라는 설도 있고, 정조가 글을 읽다가 피 눈물을쏟아서붙여진제목이라는이야기도전해진다. 그래서인지 『한중록』은 오랜 동안 ‘원통한 가운데 쓰다’라는 의미의 ‘恨中錄’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역설 적이게도 진짜 이름은 ‘한가한 가운데 쓰다’라는 의미 의 ‘閑中錄’이다. 현재 전하는 이본(異本) 중 가장 원본 에 가까운 것은 버클리대학교에 소장된 ‘보장(寶藏)’이 라는 표제본으로 알려져 있다. ‘증오의 서’라 불린, 인간 심연의 기록 『한중록』을 쓰던 당시, 혜경궁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몰락한 집안에 대한 회환으로 화가 치민 나머지 등이 뜨거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날은 누워 자 려다가 벌떡 일어나 앉아 벽을 두드리기도 했을 정도였 다고 하니 얼마나 내면의 울화가 깊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한중록』은 나손(羅孫) 김동욱(金東旭) 선생 이 “증오(憎惡)의 서(書)”라고 명명했을 만큼 뜨겁다. 그 뜨거움이 읽는 사람을 달아오르게 한다. 「문장강화」를 써서 한국어 문장작법의 방향을 제시 『한중록( 閑中錄 )』, 궁중의심연 을그리다! ▲ 한중록 원본 이 상 진 법무사(서울중앙회)·본지 편집위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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