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9월호
80 소설(小說)의 의미나 가 치, 역할이란 건 어디 있 을까? 어디까지가 가능하 고, 어디까지가 불가능한 걸까? 존 파울즈의 『프랑 스 중위의 여자(French Lieutenant’s Woman)』는 그런 화두를 함께하기에 좋 은 텍스트였다. 잠정적인 결론은 이렇다. 거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 는 것이 소설이라고. 소설적이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 것까지 논할 수 있는 게 소설이라고. 아니, 말을 바꾸 면, 이런 이야기를 전무후무하게, 전후좌우로, 동서고 금을 오가며 다룰 수 있는 존 파울즈(John Fowles)라 는 작자에게 단단히 반해 버렸다고! 빅토리아시대,과거를가진여자‘사라’의사랑이야기 이른바 빅토리아 시대인 1860년대에 영국. 귀족 남 자 찰스는 ‘사라’라는 한 서민 여자를 만난다. 시대의 인습에 대항하는 당돌함과 솔직함, 귀족적이고 부르주 아적인 남자를 압도하는 실존주의적인 매력. 사라는 그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가난하고 불행했다. 게다가 자타가 공 인하는 과거, ‘프랑스 중위 놈과 놀아난 여자’라는 딱지 가 붙어 있었다. 찰스는 그녀의 가련한 처지를 동정하 며 자선을 베풀고자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타이밍의 불일치와 주변의 비협조(?)로 애꿎게 꼬여가고 오해도 커져만 간다. 바라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찰스의 친절은 둘의 천박 한 만남과 외도라는 사건으로 치닫는다. 아니, 찰스와 사라는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사라는 소문과 달리 처녀였다. 찰스는 약혼녀인 어니스티나와 파혼하고 그 녀와 결혼하고자 하지만, 하인 샘의 농간으로 다시는 사라를 만나지 못하고 외유를 떠나게 된다. 2년간의 방황과 미국 여행 등을 끝내고 돌아온 찰스 는우여곡절끝에그토록찾아헤매던사라를만나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남을 거부한다. 찰스 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좌절하고, 그녀는 말보다 더 설득 력있는이유를보여주는데, 바로그들의딸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새 출발을 하게 될까? 아니면 매몰찬 거절에 따라 영영 이별하 고 말까? 파울즈는 두 가지 버전의 열린 결말을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마친다. 이른바 ‘포스트모던(post- modern)’ 소설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직까지 이 소설을 읽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하기야 “~여자”라는 제목이 붙은 소 설들은 “~부인”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작품처럼 조금 외설스럽거나 통속적인 소설일 거라고 치부하려는 근 거 없는 경향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그런 선입견을 여지 김 청 산 법무사(서울중앙회)·연극배우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통속적인 제목? 사상서에 버금가는 명작! 법무사의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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