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9월호
『 법무사 』 2015 년 9 월호 83 열에 합류하여 버스를 기다리던 중 바로 뒤 60대 초반 의 남자 2명이 나와 말문이 트이자 학벌, 재산, 아들, 손자, 부인에 대한 자랑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미 설 악산의 비경에 홀린 나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추임새도 넣지 않자 제풀에 멈췄고 버스가 왔다. 나는 백담계곡을 자세히 보려고 맨 앞에 앉았다. 백 담계곡은 7km에 이르는 청정한 물과 기암괴석, 그리 고 울창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버스가 코너 를 돌면서 색다른 절경을 연출할 때마다 탐방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백담계곡의 아름다운 운치에 매료 되어 정신줄을 놓고 있는 사이 버스는 어느새 백담사 에 도착했다. 아쉬웠다. 인제8경 중 7경인 백담사는 유구한 세월을 품은 고찰 로서 큰스님, 독립운동가, 시인, 정치인들이 거쳐 간 유서 깊은사찰이다. 특히스님이자독립운동가, 시인이었던만 해한용운이머물면서「님의침묵」등을집필한곳이다. 백담사와 더불어 인제8경 중 3경인 대승폭포는 금 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 라 3대 폭포로 여겨진다. 대승령쪽으로 장수대에서 900m를 오르면 대승폭포가 있다. 물기둥의 높이가 88m이며, 폭포 절벽 정면에는 ‘구천은하(九天銀河)’라 는 양사언의 글씨가 있다. 얼마나 탄복했으면 ‘구천은 하’라는 표현을 썼을까? 선녀가 물기둥을 타고 수없이 오르내리는 듯한 활홀경에 빠진다. 백담사, 그리고 대승폭포와 함께 인제8경 중 4경인 십이선녀탕 계곡은 인제군 북면 남교리에서 대승령 안 부쪽으로 8km에 이르는 계곡이다. 원시림과 맑은 물 암반을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 기기묘묘한 바위, 소 (沼)가 점점이 이어진다. 절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발 길을 되돌리기 싫은 곳이다. 십이선녀탕 계곡의 두문폭포와 복숭아탕도 유명하 다. 복숭아탕은 복숭아 형태의 바위 위로 폭포수가 모 였다가 두 개의 바위 동굴 밖으로 물보라를 치면서 흩 어지는 모양이 이채롭다. 이곳에서 15km 12시간을 더 가면 대승령 안부와 장수대, 그리고 귀때기 청봉을 지 나 한계령에 이른다. 영시암 - 구곡담계곡 - 쌍용폭포 만해 기념관과 요사채를 본 후 돌탑 사이를 지나 영 시암 초입에 왔다. 본격적인 탐방이다. 허벅지와 종아리 에 힘을 주고 원시림 사이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오른 쪽은 맑은 물이 흐르는 수렴동 계곡이다. 2.5km 1시간 30분 만에 영시암에 도착했다. 대웅전과 암자들이 눈 에띄었다. 영시암을지나수렴동대피소로향했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는 편한 오솔길이다. 산책하 는 기분으로 걸었는데 여기서부터는 비탈 너덜길과 오 르내림이 심한 힘든 길이다. 사방을 둘러싼 곧게 뻗은 금강송과 청아한 계곡물 소리가 피곤함을 잊게 했다. 1.2km 20분을 걸어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다. 단 층 건물에 수용인원은 17명,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된 다. 대피소에서 위쪽으로 4m 가면 구곡담 계곡의 시 작을 알리는 첫물 웅덩이가 있는데 장관이다. 5평 크 기의 암반에 고인 계곡물은 주변의 폭포와 나뭇잎 새 를 살포시 품은 채 옥빛을 띠고 있다. 이 곳을 보고 있 노라면 세상사의 모든 고단함이 잊어지고 마음에 찌든 때도 깨끗이 씻기는 듯하다. 이제는 오늘 탐방할 마지막 장소인 봉정암이다. 5.9km 3시간 30분을 걸어야 한다. 누군가 “번호순으 로 자르는데 뒷번호는 비박도 각오해야 한다”는 거짓말 에 속아 가슴을 조아리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봉정암 가기 전 마지막 폭포인 쌍용폭포에 도착했다. 대승폭포 를 떠올리니 규모는 작았으나 폭포는 두 갈래의 물줄기 를 따라 물보라를 치면서 힘차게 쏟아졌다. 여러 각도에서 보아도 두 마리 용이 물기둥을 따라 승천하는 듯한 신비로움에 사로잡혔다.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마음도 비워졌다. 쌍용폭포를 지나니 급경사인 돌계단이 나왔다. 나는 가끔 돌계단에 서서 휴식을 취한 후 긴장된 표정으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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