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9월호

84 다시 돌계단을 올랐다. 좌우로는 아찔한 바위 절벽인데 다 바위 절벽이 가끔 시야를 가려 마음이 답답했다. 힘 들게 돌계단을 오르기를 30분, 앞서가던 탐방객 입에 서 신음소리에 가까운 탄성이 나왔다. “봉정암이닷!” 봉정암 - 대청봉 - 공룡능선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언덕을 넘자 소나무 잎새 사 이로 빼꼼히 암자가 보였다. 1,244m 첩첩산중 고봉에 서 이렇게 웅장한 암자를 볼 수 있다니! 놀랍고도 반가 웠다. 어둠은 어느새 봉정암 주변에 길게 드리워졌다. 미역국을 맛있게 먹고 방을 배정받았다. 문수전 1층 1호(남) 7번이었다.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 고 있는데 ‘덜커덩’ 옆방 문이 열리면서 여자의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고도 성불한다고?” 아마 술판을 벌인 모양이다. 이어진 남자의 목소리. “제 마누랍니다.” 이내 조용해졌다. 피곤한 탓인지 8시쯤 잠을 청했으 나 코고는 소리, 이가는 소리, 잠꼬대, 방귀 뀌는 소리 에 잠을 설치고, 눈을 뜨니 새벽 3시였다. 삼청교육대 1기생이라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이야기하던 3인조 탐방객들은 어느 사이 방문을 나서 고 있었다. 설악산의 정기를 받은 예불 소리가 고즈넉 한 새벽의 정적을 깨울 뿐, 봉정암은 내 마음 속에 선명 히 각인되었다. 미역국으로 아침밥을 먹고 식수를 챙긴 후 대웅전 뒷길을 따라 꼬불꼬불한 돌계단을 0.7km 40분 지나 소청대피소에 도착했다. 단층 건물이다. 1km 40분을 걸어 끝청에 도착하고 여기서 0.7km 20분을 걸어 대 청봉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 탓에 일출보기를 포기하고, 표지석 주변 에서 행복한 미소만 짓다가 3.3km 2시간 40분 거리인 희운각 대피소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송곳처럼 뾰족 한 바위로 된 계곡에서 코끼리와 새 등 다양한 동물들 의 형상을 보았다. 가까이 가니 운무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신비로움에 탄복했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공룡능선의 초 입인 무너미 고개로 향했다. 공룡능선은 마등령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5.1km 5시간 20분이 걸리는 능 선이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남쪽으로 가로지르고 연이 어진 암봉들이 마치 공룡의 등뼈처럼 생겼다 하여 붙 여진 이름으로 100경 중 1경이다. 여기서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암릉 능선으로 공룡능 선과 함께 용의 이빨처럼 솟은 바위들이 섬처럼 길게 이어진 ‘용아장성’도 볼 수 있다. 공룡능선의 암릉들은 각기 특색이 있으나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 절벽이 고, 왼쪽으로 탐방로가 있으나 몇몇 곳은 암릉을 쇠말 뚝과 로프를 잡고 오르고 내려가야 하는 험준하고 아 찔한 길도 만나니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초보자는 탐 방 유경험자와 동행하고 주먹밥과 간식, 충분한 식수 를 준비해야 한다. 신선대, 천화대, 1275봉 안부에서 주먹밥으로 점심 을 먹고 발 아래를 보니 이제야 설악산은 하얀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큰 새봉, 나한봉, 희야봉, 왕관봉, 범봉 등 ‘┌’ 자 모양의 공룡능선을 종주하고, 마등령 삼거 리에 이르니 다리와 무릎이 후들거렸다. 3.5km 3시간 10분 만에 금강굴을 지나 비선대에 도착했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에 고단한 몸을 실었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 고 행복했다. 설악산을 왜 오르냐고? 설악산이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으므로…. <알림> 이번 호 「음악과 세상」은 필자 개인 사정으로 휴재 (休載)합니다. 다음 호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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