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0월호

본다 김 재 곤 법무사(대구경북회)·법학박사·시인 앞을 본다 뒤를 본다 옆을 본다 위를 본다 아래를 본다 속을 본다 겉을 본다 목마름을 견디며 본다 해를 본다 달을 본다 별을 본다 보고 싶어 본다 보기 싫어도 본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봐야 한다 볼 수 없을 때까지 봐야 한다 진수성찬의 허기를 본다 버려진 쓰레기의 낭만을 본다 꾸며진 쇼윈도를 본다 자랑스럽게 늙은 넝마를 본다 격렬한 투쟁을 본다 미완의 혁명을 본다 여인의 입술에 묻은 노을을 본다 빗물에 숨어있는 노래를 본다 마음이 아플 때는 바람의 표정을 본다 구름의 숨소리를 본다 어둠의 진동을 본다 빛살의 지느러미를 본다 손 편지에 배어있는 체온을 본다 굴뚝새의 울음소리를 본다 처음부터 본다 반대쪽으로 본다 흩어지는 물안개의 뒷모습을 본다 커피 향 짙은 악몽을 본다 백발의 주름을 본다 저승사자의 미소를 본다 시간의 칼에 베인 상처들을 본다 이별인지 만남인지 모를 미래를 본다 무덤가에 핀 진달래의 붉은 눈물을 본다 아, 그러나 그것조차 볼 수 없을 때 먼 먼 나라의 아버지가 보인다 어머니가 보인다 눈부신 고독이 보인다 마음을여는시 * 2015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부문 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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