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0월호
권두언 4 정신적 고통 치유하는 ‘지언고론 (至言高論) ’ 법률상담 이혼위기의 부인, 법률상담과 한방신경정신과 치료로 심신 회복 남편의 계속되는 외도와 그에 동조하는 듯한 시댁의 반응으로 심신이 망가져 내원한 40대 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결혼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두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외로운 책임감으로 상처투성이였던 이 부인은 결심 끝에 이혼을 생각하고 법무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의 첫 법률상담은 부인이 곧 맞닥뜨릴 이혼 과정의 구체적인 현실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고, 부인은 벼랑 끝에서 결투가 아닌 타협의 자세를 취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법률상담 후 부인은 심신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문상담을 권유받고 필자에게 소개되었다. 상담을 해보니 부인은 화병으로 진단되었다. 심리치료와 더불어 약해진 심신을 회복하기 위한 한약 처방과 침 치 료를 병행하면서 부인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 나답게 사는 삶을 선택하며, 아이들도 가정도 지 키는 쪽으로 결단한 이후부터 부인의 심신은 날로 좋아진 것이다. 남편의 태도가 바뀐 것도, 주변 환경이 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법률 상담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바꾸면서 죽을 것만 같았던 그 자리에서 새롭게 움이 트듯 다시 삶이 시작되었다. 망망대해로 내몰린 듯 불안한 마음으로 처음 찾았던 법무사 사무실에서 부인의 두서없는 하소연을 법무사가 외면 하였더라면, 화가 돋을 대로 돋아 이성적인 판단이 힘든 시기에 이혼을 선택해 버렸다면, 이후 그녀에게 닥칠 고단한 현실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법률가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면, 아마도 부인은 생각의 전환이나 타협의 노력 이라는 전환점을 만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법률상담 후 부인을 필자에게 안내해준 법무사는 필자가 치료하는 환자 중에 법률적인 문제로 인한 고통이 있을 때, 곧바로 전문적인 자문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삼국사기』 열전편(列傳篇)에는 신라 헌덕왕 때 궁중 관리이던 ‘녹진(祿眞)’이라는 사람이 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 고 우울증 초기의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치료를 시작하며 ‘가이지언고론 일공이파지야(可以至言高論 一攻而破之也)’라고 말하는 대목에 나오는데, 여기서 ‘지언고론(至言高論)’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지극히 논리적이고 높은 식견’을 뜻한다. 오늘날의 의미로 보면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 상담’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녹진의 고사는 ‘논리적이고 높은 식견’을 가진 언어적 대화를 통해 심리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위 부인의 이야기에서 법무사의 법률상담도 바로 이런 ‘지언고론’의 역할을 한 셈이다. 한방에서는 이렇 게 대화로서 설유(說諭)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상대에 대해 보증·설득·재교육 등의 기법을 쓰는 것을 ‘지언고론 요 강 형 원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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