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법무사』 2015년 10월호 그는 괴팅겐대학 의학부에 적을 두고 자연과학, 해부 학, 수학, 역사 등을 두루 수강했다. 얼마 후 칸트학파인 슐체 교수의 심리학과 형이상학을 수강하고 칸트철학을 공부한다. 만학인 데다 성질까지 괴팍하던 쇼펜하우어 는 학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에만 전념한다. 1811년(23세)에는 베를린대학으로 이적하여 유명 교수들의 강의를 열심히 청강한다. 당시 철학, 어학, 화 학, 물리학, 생물학, 해부학, 생리학, 천문학 등을 두루 수강했음이 그의 대학노트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노트 여백에 씌어져 있는 낙서에는 피히테의 ‘지식학’ 을 일러 “이는 학문이 아니라 공론(空論)”이라 한 것도 보이고, “미친 소리도 제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지”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한 것도 있었다. 1813년(25세)에는 전란을 피해 베를린으로 갔고, 「종족 이유의 네 가지 근거」라는 논문을 예나대학에 제출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이 출판되자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괴테의 주목을 받게 되어 곧 괴테와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러나 이 논문은 쇼펜하우어가 영영 자신의 모친과 결별하는 계기도 된다. 논문을 본 모친이 “마치 약장사 를 위한 책 같다”고 조롱을 했고, “어머니 소설은 쓰레 기통 밑바닥에서조차 찾을 수 없게 될 때라도 내가 쓴 책은 사람들에게 읽힐 것”이라고 응수하자 다시 모친 이 “그때가 되어도 네 책의 초판은 언제든지 책방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동양학 전공인 마이어의 권유로 인도 의 우파니사드 철학을 연구하였고, 이로 인해 염세사 상에 깊이 침전된다. 이후 드레스덴에서 자신의 철학체 계를 수립하는데, 1806년에 『시각과 색체에 대하여』, 1818년에는 주저 『의지와 표상의 세계』를 출간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 채 대 부분이 휴지로 팔려나가는 비운을 겪는다. 1819년(31세), 쇼펜하우어는 베를린대학의 강사로 초빙되었고, 이듬해 3월 23일에는 베를린대학 대강당 에서 헤겔을 위시한 교수 전원과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그는 헤겔에게 질문을 하고, 교 수자격시험 강의는 통과된다. 1831년(43세), 베를린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쇼펜하우 어는 프랑크푸르트로 피난을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방 두 개를 빌려 처자도 없이 오직 작은 삽살개 한 마리와 여생을 고독하게 보냈다. 그가 세인의 주목을 끌지 못한 것은 사상 탓도 있지만, 우울한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공포심과 의심이 많았고, 불길한 망상에 사로잡히곤 했다. 금화를 잉크병 속에 감춰두 거나 지폐를 침대 밑에 숨겨두었고, 이발할 때는 목덜 미 면도를 못하게 하고, 권총에 탄환을 장전해 침대 옆 에 두고 잤다고 한다. 서재에 칸트의 반신 초상과 청동 불상이 있을 정도로 칸트와 석가를 존경하던 쇼펜하우어는 6년간에 걸쳐 매 일 2시간씩 썼던 『수상』을 1851년(63세) 출판하는데, 이 책으로 비로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1848년 시 민혁명이 실패로 막을 내리자, 자유주의운동에 대한 탄 압이 심해지고 사람들은 사회적 환멸을 느꼈다. 쇼펜하 우어의 주장은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이해와 공감을 얻 었고, 그의 인기는 헤겔 철학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1854년 음악가 바그너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감동해 「니벨룽겐의 반지」라는 곡을 작곡해 선물하기도 하고, 세 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면회를 청하는가 하면, 1858 년 70회 생일날에는 수많은 축하 편지를 받기도 했다. 말년이 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쇼펜하우어는 1860년(72세) 9월 21일, 평소와 같이 냉수욕을 마친 뒤 심장마비가 와서 식탁에 앉은 채 영면한다. 무덤 앞 검은 대리석에는 그의 이름만 적혀 있다고 한다. 쇼펜하 우어의 생의 철학은 이후 니체에 의해 세계적으로 알려 지게 되었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게 되었다. 2. 쇼펜하우어의사상 - 불교적 영향 1) 표상(表象)의 세계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칸트의 정통 후계자라고 자처하 고, 선험적 관념론을 바탕으로 하여 플라톤의 이데아와 인도의 우파니샤드 불교철학을 결합하였다. 그는 형이상 인문학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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