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1월호

18 특집 바. 자 격자대리인의 역할 형해화와 대국민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 앞서 살펴본 법무사의 ‘위기’의 공통점은 ‘자격자대 리인의 역할 형해화’이다. 등기업무는 그 업무의 공공 성, 업무의 전문성, 의뢰인과 특별한 신뢰관계가 요구 되는 점 등으로 인해 ‘전문성’및 ‘공익성’을 가진다. 따 라서 국가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특별히 그 업을 할 수 있도록 전문자격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자격사제도가 있어 국민들은 본 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업무를 직접 처리하거나, 그 업 무를 대신해서 잘 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다녀야 하 는 불편을 겪지 않고 검증된 전문가에게 안심하고 등기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성·공익성을 가지는 등기업무가 시 장경제의논리와효율성에매몰되고, 전자화·자동화기술 에의존하여기계적인업무처리(입력)와정형화된결과물 (출력)만을 만들어 낸다면 국민들은 마땅히 제공받아야 하는전문적법률서비스를제공받지못하게될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전된 소유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매매계약 해제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 업무 를 의뢰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법무사의 전문적인 서 비스 대신 자동화된 시스템 또는 정형화된 사건처리를 하는 사무원을 통해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가 작성되 고, 등기소에 접수된 후 그 결과물로 소유권이전등기 가 완결된 등기부를 생성하여 제공했다면 분명 제대로 된 ‘입력’과 이에 대한 합당한 ‘출력’의 결과가 도출된 것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국민에게 적절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되 었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통계적’으로는 잘 처리된 등기사건일 것이나, 전문가로서 그 책임을 다하였다고 평가되려면 소유권이전등기가 아니라 소유권말소등기 를 조언하고 실현하였어야 마땅할 것이다. 18) 법무사로서 실무에서 종종 접하는 또 다른 예로는 본인발급의 인감증명서를 통해 대리권을 입증하며 대 리인이 등기신청을 의뢰하는 경우에도 본인을 직접 대 면하면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에 장애가 있는 경우를 보게 되는 때다(본인발급인감증명서로 대리권 을 입증한 경우 법률제도 중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 도를 가지는 공증제도조차도 대리촉탁을 통해 충분히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무사가 본인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등기의사를 파악하게 되면 가족, 지 인 등에 의한 유도질문에 무조건 동의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전문가의 판단과 양심에 따라 등기신청 의뢰를 거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예는 특수한 사정에서만 발생하는 경우는 아 니다. 소유권이전이라는 법률 사실이 국민의 경제생활 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고려할 때, 전문가의 적극적인 조력이 필요한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인 것이며, 단순·기 계적 처리만으로 의뢰인에게 충분한 법률서비스가 제 공되는 경우야말로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것이다. 자격자대리인에 의한 등기업무는 권리 변동의 효력을 완성하고 이를 공시하여 등기의 진정성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동시이행’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도 한다. 법무사는 ‘소유권’과 ‘매매대금’의 형식적 교환을 보장하는 한편, 등기부상 권리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등기권리자에게 조언하고, ‘소유권’과 ‘매매대금’의교환을실질적으로보장해주기도한다. 또한, 이해관계인(등기부상 가등기권자, 가압류채권 자, 근저당권자, 전세권자, 임차인 등) 및 금융기관과 이해를 조율하고,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인이나 상대방 측의 법무사와 함께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하며 사실상 동시이행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로서의 역할로 인해 법무사에게는 등 기절차에서 적절한 조언의무 등 엄격하고 폭넓은 역할 이 요청되고 있으며, 그 책임도 무겁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19) 20) . 그리고 이러한 무거운 직업상 책임으로 인 해 법무사는 등기절차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해 국 민들에게 제공해 온 것이다. 이처럼 등기절차에서 법무사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 한 영역이지만, 기계적 기술에 의존되거나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효율성과 경제성, 편리성만을 고려하게 된 부동산등기절차상자격자대리인의본인확인제도의무화결의와향후실천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