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1월호

『법무사』 2015년 11월호 83 상국가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만, 여성이 남성 과 똑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신분을 부여 받는다는 사 실을 당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말썽 많은 처와 자식을 공유하는 제도이 다. 이는 이론의 일관성을 위하여 현실의 선을 넘은 부 분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지혜와 덕을 갖춘 철인의 통치라는 대목이 다. 무엇이 정의이고, 공동선인지를 아는 사람이 통치 를 해야 하는데, 이는 기적이 없는 한 절대 일어날 수 없 는 이상으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철인 통치자는 사생활도 재산도 가족도 아무 것도 없 지만, 무엇이 공동선인지를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 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그 교육의 내용이 「국가」의 핵심인 점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러나 이상국가를 실현하느냐의 여부는 우선적인 문제가 아니다. 플라톤 자신도 이상국가의 실현 가능성 을 확신하지 않았듯이, 단지 완성된 정의의 모습이 어 떤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국가」라는 책을 쓴 것이다. 또한, 그가 구상한 국가가 그렇다면 전체주의 국가냐 고 따지는 것도 올바른 독법(讀法)은 아니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 파 시스트적인 요소를 샅샅이 파헤친 바 있다. 나치 만행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던 그로서는 전체주 의적 국가관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사람에게 플라톤의 이 상국가에서 사는 것은 끔찍한 악몽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상국가를 말했지만, 그 이상국가 를 현실적인 실현을 위한 정치적 프로그램으로 제시하 지는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만 정의의 정체 를 설정하기 위한 모델을 구성해 본 것뿐인 것이다. 「국가」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본(本)으 로 삼아 삶을 꾸려가야 하는지, 정의롭게 산다는 것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생각하면서 읽어봐 야 할 책이다. ‘정의’라는 것은 인간이 생존하는 한 영원 히 탐구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 의가 무엇인지 알아가게 될 것이다. ◆ 정의에 대한 관심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사회구성원들이 정의 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조계의 격언을 인용하면 서 형사사건의 근본을 뒤흔드는 혁명적 판결을 하였다. 바로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무효판결이다. 대법관 4명이 보충의견을 내면서 위와 같은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들은 “일정한 수사·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는 보는 것 자체가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근 대법원은 모 국회의원에 대한 상고심 판결 을 지연하다가 선고한 바 있다. 여기에서도 “지체된 정 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회자(膾炙)된 바 있다. 정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의로운 사회는 이루어 지지 않는다. 정의의 정체를 알려 하고, 열심히 이야기 할 때 불의를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해도 함부로 굴지 는 못 할 것이다. 인문학의 창 ▲ 플라톤의 아카데미아를 그린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인문학 명강』, 21세기북스, 이태수편 p93~131 ■『철학콘서트』 1권, 웅진지식하우스, 황광우 저 p50~75 ■ 고대 교우회보 ■ 기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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