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1월호

84 김 청 산 법무사(서울중앙회)·연극배우 푸쉬킨의 『대위의 딸』 비극적천재의 ‘사랑과자유’에 관한 이야기 법무사의독서노트 고전(古傳)을 읽어야 한 다고, 읽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치이는 일상과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생각처럼 책을 많이, 깊이 읽지는 못하게 되지만, 꿀맛 같은 휴식과 함께 주말에, 아니 면 출장이나 외근, 출퇴근 시 전철 안에서 책장을 넘기는 맛은 쏠쏠하다. 가 끔은 하루에 한 장 넘기기도 힘든 사상서부터, 이 틀 만에 한 권이 읽히는 에세이나 시, 소설에 이르 기까지…. 소설로서의 고전을 이야기할 때, 톨스토이나 도스 토예프스키가 속한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아직 「부활」이나 「죄와 벌」 등을 손대기 전에, 그들의 아 버지이자 러시아 문학사의 최초의 근대인(?)이라 할 푸쉬킨(정확히 쓰자.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 쉬킨’이 그의 이름이다. 러시아어로 쓸 수 없으니, 영 어로 바꿔 적은 표기를 적을 필요는 더욱 없을 것 같 다.)의 『대위의딸』을읽을기회가생겼다. 아주 우연히, 고향 여수의 불알친구 장돌뱅이(‘장 (張)가인 그의 어릴 적부터의 별명이다)가 읽고 싶다 고 해서, 헌책방을 뒤져 가방에 넣었다가 여수행 기 차안에서읽기시작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했다던푸쉬킨, 그의 전작을 차분히읽어보 는일은충분히의미가있는것같다. 아내와 한 귀족 사내의 염문이 일자 그에게 결투 를신청했다가총에맞아죽은비극적천재푸쉬킨. 쇠락한 귀족이자 아프리카인의 피가 흐른다는 혈 통이 주는 자부심과 딜레마, 진보주의자들의 전폭적 인 지지를 받았으나 황제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하고 동지들을 잃은 슬픔, 그리고 사랑의 엇갈림을 주제 로 집필한 위대한 연작시 「예프게니 오네긴」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동명 오페라와 발레의 원작이라는 사실 등 그에 대해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과 환상 속 으로빠져들지않을수없다. 또한, 그가활동했던시기가바로러시아가나폴레 옹을 물리친 1812년(이 제목을 가진 차이코프스키 의곡을틀어놓고쓴다.)이속해있는시대다. 서구 역사 상 두 번의 큰 침략(나폴레옹과 나치들 의 행군)을 물리친 러시아인들의 자부심과 몽고제 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아픈 경험이 만들어내는 슬픈 감정등은우리의정서와도매우흡사하다. 줄거리를 적지는 않겠다. 이 소설의 재미는 읽는 자에게오롯이남겨져있다가주어져야한다.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대립 안에서 그가 펼쳐내 는 요리법(recipe), 역사 소설을 통한 역사 보기의 진 지함과유머러스한화법사이의줄다리기, 권력의검 열을 피하면서 오히려 권력을 비꼬는 방식에 이르기 까지…, 어릴 적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 있던 다른 번 역본을 읽으며 나는 푸쉬킨과 대화했다. 다시 만날 다짐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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