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1월호

『법무사』 2015년 11월호 85 법무사의 독서노트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여읜 사람은 누구나 죽음 을 피부로 느끼며, 그것에 대해 전과는 다른 종류의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은 나 만의 경우가 아닐 것이다. 『죽음을 그리다』는 아버 지를 땅에 묻고 3년째가 되는 올해 추석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탓에 이번 한글날이 낀 연휴 를 틈타 여수를 오가며 읽은 책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마이클 샌델에 이어 큰 붐 이 일었던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를 읽은 후에 한국학자 김열규 교수의 죽음론 『메멘 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이 책을 연달아 읽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프랑스의 문학평론가 미셸 슈나이 더는 이 책으로 2003년 메디치 상 에세이 부분을 수 상했다. 이미 슈만, 글렌 굴드 등의 여러 음악가에 관 한 책들로 명성을 쌓은 그는 ‘세계 지성들의 빛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이 책에서도 몽테뉴부터 볼테르, 스탕달, 모파상 등을 거쳐 릴케 와 프로이트, 발터 벤야민을 추억하며, 츠바이크, 나 보고프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지성인들의 다양한 죽 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등장하는 지성인들의 천재성이나 죽음에 대한 형 이상학적인 사변을 다루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강박 관념, 독특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의지, 자신의 거 울과도 같은 죽음에 대한 환영과 공포 등을 겪은 이 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일반의 책들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를 통 해, 결국 삶을 잘 사는 것은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 이라는 금언을 떠올리게 되고, 그렇지 않다 해도 역 시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죽음의 방식이 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로는 장미에 찔려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릴케 와 죽음의 준비에 관한 구절을 조금 옮겨 본다. 그렇게 사랑하던 단어인 죽음이 막상 현실로 다가 오자 릴케는 오히려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릴케는 자신만의 병을 원했다. “의사들이 정해준 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난 자유 롭게 죽고 싶소.” 자기만의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은 다소 기 묘하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다는 소리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자기만의 위대 한 죽음을 맞고 싶다는 바람도 기묘하긴 하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죽음을 맞이하면 나의 존재가 사라 지는데, 어떻게 나다운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건가? 모든 작가들이 자연사하거나 돌연사한 것도 아니 고, 심지어는 자살의 방식을 통한 의도된 죽음도 있 다. 벤야민, 츠바이크 등…. 그런 면에서 철학자 들뢰즈의 권총 자살도 다루었 으면 어땠을까 싶다. 신기한 것은, 이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다른 저작 들도 넘치도록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덧붙여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작가들의 대표작도 당연히 필독 목록에 올리게 된다. 지난주에는 발자 크와 스탕달, 플로베르 등이었다. 책읽기가 직업이라 면 얼마나 좋을까. 미셸 슈나이더의 『죽음을 그리다』 죽음을 마주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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