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2월호

75 『 법무사 』 2015 년 12 월호 집으로 사용할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적어도 혼인신고 당시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가 주된 것이었고, 청약을 위 한 방편으로 혼인신고를 이용하려는 생각이 혼재돼 있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인천지방법원 2015가합263】 판례 실연으로 인한 자살, “상대는 법적책임 없어” 손해배상청구 기각 2011년 봄, A 씨에게는 특별한 사랑이 찾아왔다. 군 제대를 6개월이나 미루며 모은 돈을 털어 반년 간 떠난 남미여행에서 운명 같은 B(여) 씨를 만난 것이다. 타지에서 만난 인연은 더욱 운명처럼 느껴졌고, 곧 둘 은 사귀기로 했다. 두 사람은 귀국한 뒤에도 주말마다 지방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를 마다하지 않고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 다. B 씨가 4살 연상이었지만 연애 초기의 이들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때로는 A 씨가 B 씨의 집에서 일주일 이상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꿈같은시간은그리오래지속되지못했다. 부 모의 반대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 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던 B 씨는 "현실적으로 결혼을 생각할 때"라고 생각하고 교제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던 2013년 11월, 부모에게 A 씨와의교제사실을알렸다. 하지만 B 씨의 부모는 “남자친구가 아직 정식으로 취업한 것도 아니고 나이차도 많이 난다”며 이들의 교 제를 극구 반대했다. B 씨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와 8개월 간 대화를 나누 지않고지냈다. 그러던 2014년 어느 여름날 밤, B 씨는 결단을 내렸 다. A 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A씨는 곧장 지방 으로 내려갔고, 다음날 새벽 4시 B 씨의 집에 도착했 다. 3시간이 넘도록 B 씨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 썼지만 헛수고였다. 낙심한 A 씨는 B 씨의 집을 나서던 중 건물 복도 끝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A 씨의 가족들은 “B 씨가 A 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 다가 이를 부당하게 파기한 탓에 A 씨가 배신감과 정 신적 고통에 빠져 자살한 것”이라며 B 씨를 상대로 손 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A 씨가 목숨을 끊은 지 7개 월 만에 B 씨가 어릴 적 친구와 결혼한 것에 대해서도 “B 씨가 현재의 남편과 몰래 만나면서 A 씨와의 관계 를 부당하게 정리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사랑과 실연에 대한 법의 판단은 어땠을까? 인천지 법 민사17부(도진기 부장판사)는 아들의 죽음이 여자 친구 때문이라며 A 씨의 유족들이 B 씨를 상대로 제 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려면 사회통념상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 어야 하는데, A 씨가 B 씨의 오피스텔에 자유롭게 출 입하고, 1주일 이상 함께 지낸 적이 있더라도 부부 공 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며 사실혼 관계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또 “아무리 깊은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연 인 간의 결별선언이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살을 초 래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B 씨가 A 씨의 자살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며 결별 선언과 자살의 인 과관계도 부정했다. 법원은 이처럼 A씨 가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법률은 ‘이런 행동을 하면 대개는 이런 결과가 발 생한다’는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원인행위만을 다룬 다. 따라서 이별통보 후의 자살이라는 이례적인 선택 을 두고 상대에게 법적 책임을 논하기는 어렵다. 설혹 미혼남녀가 서로 사귀다가 변심하여 다른 이성을 만 나 그리 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이 끼어들 문제는 못 된 다. 법률이 인간사 갈등 모두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아 니며, 법정이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영역도 극히 제한 되어 있음을 원고들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 알뜰살뜰법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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