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2월호

80 김 청 산 법무사(서울중앙회)·연극배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판타지와 SF적재미는있지만, 서정은부족한? 법무사의독서노트 터프가이 큰형님의 변절과 『개미』 읽기 한창 베스트셀러 이던 20년 전에는 너도나도 읽어서 유 행 따라 읽기가 싫 어 제쳐 두었던 베 르나르 베 르베 르 (Bernard Werber) 의 『개미』 시리즈를 이번에 읽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소이연(所以然)은 이러하다. 내 게는 큰형님으로 모시는 띠동갑의 선배(라 쓰고 ‘친구’라 읽는다)가 계시다. 평생 수백 말의 술을 드 시고, 지금도 소주 두 병을 자시면서 남자는 ‘수컷’ 냄새가 나야 한다고 강변하는 이 터프 가이 양반 이, 평소에 읽지 않던 이 책 시리즈를 교회의 문고 에서 빌려와 읽는데 너무나 재밌더라고, 독서가 이 리 재밌는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요? 그 양반이 형이랑 동갑이오.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으면 ‘버나드 웨버’가 되지. 그 양반 의 책으로는 그 이후에 『타나토노트』와 그 속편 격인 『천사들의 제국』, 『아버지들의 아버지』, 최근 의 『신』, 『제3인류』 시리즈뿐만 아니라, 단행본으 로 나온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상상력사전』, 『뇌』(이건 두 권 짜리), 『나무』, 『웃 음』, 『파피용』 등이 있는데, 제가 읽은 책들을 갖다 드릴 테니, 한 작가의 작품만 쫘악~ 한 번 읽어 보 실라우? 없는 책은 헌 책방에서 사서 드리리다. 이 참에 저도 그동안 안 읽은 몇 작품은 읽어 보려 하 니, 우선 이 『개미』부터 나한테 빌려 주슈.” 그랬더니 그 형 왈, “고뢔? 조오치! 근데 막내 넌 왜 그렇게 아는 게 많냐? 니가 안 읽은 책도 있냐? 왜 이 세계를 이제사 나한테 알려주냐?”라고 반문 하는 것이다. 허참…. “나(‘내’의 사투리)가 읽은 책은 읽을 책의 백분 지 일도 안 돼요. 나는 일하러, 술 마시러 다니면서 도 책을 보요. 인자부터는 서로의 살이에서도 조 금씩 배우고 적용합시다.” “아따, 참말로 거시기하구마이. 자 한 잔 하자. 짠!” 그러기 시작한 지 두 달쯤 된 듯하다. 베르베르 의 책을 거의 다 사서 갖다 바치고, 나도 함께 읽었 다. 형이 다니는 교회에도 따라 나가 봤다. 맨날 술 과 여자 품평에 바쁜 양반이 어찌나 말쑥하게 차려 입고 정중하게 사람들을 맞던지…. “형, 나 한 번 나왔다고 독실한 신도 되는 거 아 니우. 가끔 시간 되면 나올 게요. 기도나 찬송 같 은 거 시키지는 말고, 나도 성경을 한 번 영어로 읽 어보겠다는 포부가 있던 차니까, 서로 공부가 되는 방향으로 윈윈합시다요~” “그럼~ 교회 한 번 나온다고 집사 되고 장로 되면 쓰겄냐. 부담 갖지 말고 서로 배우자. 아그야, 요새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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