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2월호

수상 탁 트인 아름다운 경관의 검단산, 5년만의 산행 다 된 정오에 애마를 몰았다. 하남시 창우동 에니메 이션고등학교 뒷길의 검단산 초입에 있는 주차장은 몇 곳을 헤매도 만차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단풍철이라 산 을 찾은 사람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할 수 없어 한적한 음식점에무작정들어가니주인이친절하게맞아준다. 산행 후 어차피 식사는 해야 할 것인데 차 댈 곳을 못 찾아 쩔쩔매는 어려운 주차를 쉽게 해결했으니 얼 마나 다행한 일인가. 산행의 시작은 에니메이션고등학 교에서 유길준 선생의 묘역을 지나는 코스로 들머리를 잡았다. 산행은언제고시작 30분이제일힘든건데이코스는 시작부터 가파른 길이라 처음이 더욱 힘든 곳이다. 그래 도 이 산의 진수를 느끼려면 이 코스로 오르는 게 좋다. 한구간한구간오를때마다시야가바뀌며남북으로탁 트인아름다운경관이이산의매력이기때문이다. 숨이 차오른다. 오랜만에 내가 헉헉대는 내 숨소리를 듣는 거 같다. 융단처럼 부드러운 푸른잔디 위를 나는 하얀 공의 유혹에 빠져 산행을 멈춘 지 5년이 되었다. 그간엔 가끔 한 번씩 산행을 했지만 오늘의 산행은 오 랫동안 잊고 있던 고향에 찾아온 기분이다. 등덜미에 촉촉한 느낌이 배어온다. 꾸역꾸역 거친 숨 몰아쉬며 코 앞만 보고 걷는다. 주위를 둘러 봤다간 금 세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앞만 보 고 걷는 것이다. 힘든 길 오를 때마다 마음에 이는 갈등, 참고 가야 하나, 자리에 주저앉아야 하나, 늘 자신과 싸 워야한다. 산행은 그런 것이다.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포기하고 주저앉으면 끝장이다. 오늘도 그렇게 싸우다가출발 30여분만에삼거리쉼터에닿았다. 거쳐 간 등산객의 손때에 윤기가 반질거리는 의자에 는 먼저 올라와 숨을 고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덥석 주저앉아 배낭 속에서 씻어온 사 과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를 때 힘들었던 고통의 보상은 과일 한 조각의 맛으로 충분하다. 얼마 만에 느 끼는 맛인가, 땀 흘리고 먹는 이 맛을. 이런 기분 때문 에 힘든 산에 오르는 게 아닌가 싶다. 조금 쉬고 젖은 땀이 식기 전에 능선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얼마를 오르자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팔당대교 가 눈에 들어오고 떨어질 듯 발밑으로 한강이 푸르다. 강 건너에는 중앙선의 팔당역이 아련하다. 멀리 경관을 보랴, 가까이 물드는 단풍을 보랴, 두 눈이 호사하는 사이 이 산에서 단풍나무가 제일 많은 7부능선에 왔다. 그런데 오늘은 실망이다. 가뭄 탓일 까, 벌써 단풍이 많이 졌고 남아있는 잎새도 꼬시라져 볼품이 없다. 연 전에 왔을 때는 참 좋았는데, 그때 생 각을 하며 올라온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어쩌랴. 좀 더 나은 곳에 핸드폰을 대고 사진 몇 컷을 찍은 다음 걸음을 다시 정상으로 옮긴다. 꾸역꾸역 한참을 오르고 나니 드디어 팔당댐이 발아 래 펼쳐지고 검단산의 정상이 보이는 서봉이다. 이마에 흐른 땀을 가시며 전망대에 섰다. 스쳐오는 강바람이 시원하다. 댐 너머 호수 끝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 검단산 산행기 이 정 승 법무사(서울중앙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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