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법무사 12월호
수치는 두물머리가 까마득하다. 그런데 스모그 현상인 가,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려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안 타깝다. 전에는 이곳 서봉이 억새가 많아 장관이었는데 숲이 짙어지면서 억새가 사라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더니 세월 앞에 자연도 변화한다. 다시 걸음을 재촉 하여 정상을 향해 방향을 틀자 헬기장이다. 헬기장 아 래 아득히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이 검 은 점을 찍은 듯 신기하다. 사색과함께하는‘나홀로산행’의맛 이곳 헬기장부터 정상까지는 완만해서 힘든 구간은 다 지나온 편이다. 고도가 높아졌다고 주위의 나무들 이 앙상하게 알몸을 드러낸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빨아들인 무성한 초록의 잎새들이 산들바람 결에 찬 이슬 마시고 온몸을 붉게 태우더니 이제는 낙엽이 되 어 땅위에 누었다. 저렇게 널부러져. 화려한 잎새를 미련 없이 내려놓은 앙상한 나무들은 알몸으로 차가운 눈보라를 맞을 것이다. 노란 연두빛 찬란한 잎새의 꿈을 꾸며 모진 겨울을 이겨낼 것이다. 사람도 저들처럼 지고 나서 다시 또 태어날 수 없을까, 화려하게…. 혼자 하는 산행이 좋은 것은 이 생각 저 생각 사색에 빠져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인 것 같다. 불현듯 가을 분위기에 빠지고 싶어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를 틀었다. 사람 없는 틈을 타 리시버도 없이. 마디마디 가슴에 와 닿는다. 언제부터 가을이 나에게 가슴 짠한 계절이 되었던가.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팔방이 탁 트인 검단산 정상이다. 널따란 원형광장에는 삼삼오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시끌벅적하다. 광장 한쪽에 서있는 검단산 표지석 옆에는 인증샷을 찍느라 사람들이 연신 줄을 선다. 시 간을 보니 3시 5분이다. 12시 반에 산행을 사작하여 두 시간 반 만에 정상에 온 것이다. 팔당호에서 불어오 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스모그 현상으로 시계가 나빠 사방으로 터진 원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남쪽 코스로 하산 한다. 수직의 절벽 같은 너덜길을 조심조심 걸어서 금 세 약수터에 닿았다. 이 구간은 이 산에서 경사가 제일 심한 곳으로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약수는 오랜 가뭄인데도 잘도 나온다. 한 바가지 떠 서 목을 축이고 하산 길을 서두른다. 다시 낙엽송 우 거진 너덜길을 지나 충혼탑에 이르니 주위에 심어놓은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다. 지친 걸음을 재촉하여 산행을 시작한 주차장에 이르니 정확히 오후 4시다. 3시간 반 만에 한 바퀴를 돌은 것이다. 차를 세워 놓 았던 식당에 들어서니 의외로 식당은 깨끗하고 기품이 있다. 음식도 깔끔하고 정갈하여 내 입맛에 맞는다. 식 사를 마치고 차 한 잔의 여유를 부린 후 집을 향해 차 를 몰았다, 창문을 열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시원 하다. 수상 ▲ 검단산 정상 표지석 ▲ 하산하며 너덜길을 지나 들른 충혼탑 ▲ 검단산에서 내려다 본 팔당대교 『 법무사 』 2015 년 12 월호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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