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1월호
79 법무사 2016년 1월호 걸어가는 자 헬렌은 매튜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젊은이 둘 을 납치하여 유괴한 후, 그중 여자애를 성폭행하고 수차례 나 칼로 난도질한 다음 사내와 여자애의 뒤통수에 각 두 발씩의 총을 쏴 죽인, 극악무도한 범죄였음을 알게 된다. 매튜는 공범 비텔로가 자신을 모함한 것이지 자신은 결 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하늘에 맹세코 죽이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 는 나치의 추종자이고 인종주의자 면모도 보인다. 그러나 이 살인 사건의 잔인한 흑백 영상이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됨으로써 그의 뻔뻔한 변명이 사실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헬렌 수녀도 차츰 매튜가 턱없는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정신적 조언자가 되어 달 라는 매튜의 요청을 수락한다. 정신적 조언자는 사형 당일 엔 사형수와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한다. 살인은나쁘다, 그주체가누구든 ! 이 영화는 사형 집행 장면을 세트장이 아닌 실제 교도 소에서 촬영하였고, 형 집행 30분 전부터는 영화와 실제 시간이 동일하게 흘러간다. 사형 집행 당일 밤 10시 30분,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의 이의는 기각되었다는 통지를 받는 다. 사형 집행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11시 30분, 매튜 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사랑해요.” 매튜는 울면서 절규한다. 11시 38분, 매튜는 수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퍼 시 홉을 성폭행하고 월터를 죽였어요. 그러나 퍼시 홉은 죽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 모두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 고 있어요. 그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11시 40분, 매튜는 수녀에게 마지막 도움을 청한다. “저 를 위해 찬미가를 불러 주세요.” 수녀가 찬미가를 나지막 하게 부른다. “죽음이 그대를 찾아와도 끝까지 내가 함께 할지니….” 11시 50분, 사형집행관은 준엄하게 명령한다. “데드 맨 워킹!” 한 사람의 생명은 지구보다도 무겁다고 한다. 이제 매튜 는 지구보다도 무거운 자신의 생명을 내려놓기 위해 사형 장으로 걸어간다. 수녀도 매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사형장 으로 함께 걸어간다. 자정 6분 전, 사형수에게 벨트를 채 우고 팔다리를 묶고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는다. 자정 3분 전, 사형장 커튼을 걷자 유리창 너머로 헬렌 수녀, 변호사, 피해자 가족들이 앉아 있다. 사형집행관이 매튜에게 마지막 할 말을 묻는다. “델라크 로와 씨, 미움을 남겨두고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아들을 죽인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퍼시 씨 부부에게도 내 죽 음이 다소나마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드 릴 말씀은 살인은 나쁘다는 것입니다. 그 주체가 누구든, 그게 나든, 여러분이든, 정부든 말입니다.” 팀 로빈스 감독은 사형수의 최후진술을 통해 사형제도 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확하게 자 정이 되자 스위치를 올린다. 1번 주사기가 주사를 시작한 다. 전신이 마취된다. 2번 주사기가 내려오자 폐가 내파되 고, 3번 주사기가 운명처럼 내려오자 심장이 멎는다. 어느 시골 자그마한 성당에서 수녀와 델라크로와 씨가 함께 기 도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배경음악으로 「Isa Lei」가 잔잔하게 흐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글을 쓴다 는 것은 언젠가 우리가 그것에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 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쓰는 것”이라 고 하였다. 아마도 내가 이 글을 쓰는 것도 오랫동안 사형 제도에 대해 품었던 물음에 답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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