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2월호

83 82 법무사 2016년 2월호 “변화가아니라, 변하지않는 것을 두려워하라”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문화의 멋 • 시야가 트이는 책 읽기 주역·노자 등 동양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 필자의 명함 뒷면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새겨져 있다. 평소 언행과 삶의 지침으로 삼고 싶어 고르고 고른 것이다. 네 글자밖에 되지 않지만 뜻은 그리 간단치 않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되 서로 다투지 않는다. 낮은 곳으 로 향하되 막히면 돌아서, 끝내 바다에 이른다. 어떤 그릇에 도 담기는 융통성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가졌 다. 가장유약하나가장강하다. 선한사람이바로물이다’로 정리하니감히필자의그릇으로담기엔너무벅차다. 출처는 물론, 노자다. 중국의 역사고전 해설가 이중톈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의 제4강 「노자적 방법」에 ‘상선약 수’의 철학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동양철학 전공자라 할지 라도 공맹노장 등 중국의 방대한 고전에 달통한 사람은 드 물다. 최근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중심의 인문학이 뜨면 서 대중 강연으로 인기를 끄는 젊은 철학자들이 꽤 된다. 그들의 강의를 듣다 보면 개인적 호불호가 있겠지만 필 자의 경우 콕 집을 수는 없으나 왠지 ‘도올 김용옥’ 선생과 그들 간의 내공의 차이가 느껴진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 면 중국에서 ‘이중톈’이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국내에 번역된 이중톈의 저서 또한 아주 많다. 그중에서 지난 2013년 출판된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가 중국 고전이 내포하는 동양철학을 쉽고, 재미있고, 폭 넓게 이해하는 데 가장 적격인 책 같다. 이 책은 이중톈이 여섯 번에 걸쳐 대중들에게 강연한 ‘중국의 지혜’ 시리즈 를 엮은 것이다. 주역을 필두로 공자의 중용, 손자병법, 노 자의 도, 위진시대 르네상스, 중국식 불교 선종 등 여섯 개 의 주제로 전개된다. “고전은 영원한 지혜의 우물이다. 물통만 있으면 언제든 채워서 돌아올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에는 삼천 년 중국인의 키워드 ‘원칙, 상식, 변화, 겸손, 절제, 도전, 지혜’ 가 넘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융통성 『주역』은 맹자, 장자, 아리스토텔레스보다 700년이나 앞 섰다. ‘거북이 등뼈로 점을 치던’ 무술(巫術)이 서양에서는 주로 과학으로 발전한 반면, 중국에서는 지혜의 철학으로 발전했는데, 그것이 바로 주역이다. ‘2월에 동쪽에서 귀인 이 올 수’나 짚어 주는 점술이 아닌 것이다. 주역의 핵심은 ‘변화’다.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 通), 통즉구(通卽究). 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변하고, 변 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만물 중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기쁨도 뒤집으면 슬픔이고, 슬픔의 꼬리를 기쁨이 물고 간다. 삶은 항상 미제(未濟)와 기제(旣濟)가 뒤섞여 돌아간다. 그러니 편안할 때 항상 위기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어 렵다고 기죽을 일도 아니다. 옳고 그름, 성공 실패가 고정 불변이라면 우리의 삶이 무슨 흥미가 있겠는가. 고로 “변 화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가르침은 결국 ‘도전하는 주역’으로 귀결된다. ‘중용(中庸)’의 ‘중(中)’은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이고, ‘용(庸)’은 ‘현실과 동떨어진, 교과서에서나 가능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할 줄 아는 융통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되 원칙을 지키는 통일성 이 중용이다. 이때의 원칙은 ‘시대의 상식’ 정도로 읽힌다. 그러므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중용의 사회다. 장삼이 사의 눈높이에 맞는 상식을 강조한 공자가 그래서 위대한 스승이라는 것이다. 양승권의 『장자…』도 더불어 읽기 반면에 영원한 인도주의자 노자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유약한 물이지만 결국엔 바위를 허물어뜨린다. 물이 가장 강한 것이다. 노자는 가장 약한 어린아이나 물과 같이 나 서지 않고 참는 용기, 그 진짜 용기를 발휘해야 이기는 것 이 삶이라고 가르친다. “절벽과 바다는 시간싸움, 결국은 바다가 이기는 것”이다. 그러니 안 될 것 같으면 ‘36계 줄행랑’이 남는 장사다. 노자도 손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을 최고로 친다. 싸움에는 상대가 있다.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지지 않는 것’이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기는 것은 상대의 실수 때문이다. 이는 23연승에 빛 나는 이순신 장군께서 “내가 이기는 것은 적의 실수 때문 이고, 지는 것은 나의 실수 때문이다. 적이 나를 살피듯 나 를 살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으로 증명하셨다. 빈 물통만 있으면 언제나 채워 돌아가는 고전의 샘물에 서 떠올린 마지막 생수 한 방울은 “운전하듯 인생을 살라” 는 것. 그것이 중용이다. “좌회전 할 때는 오른쪽을 먼저 보고, 우회전 할 때는 왼쪽을 먼저 보고, 후진할 때는 좌우 를 번갈아 살피면 본전은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시 계추는 왼쪽 벽을 때린 후 딱 그만큼 오른쪽 벽을 때리고 서야 정중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만, 저자가 쓰는 ‘중화민족’은 한족 외의 소수민족들 을 포용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용어’라는 것을 유념하자. 이는 발해,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로 포함시키려는 ‘동북공 정’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책과 더불어 양승권의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 답다』(한길사 刊)도 함께 읽어보면 좋다. 이중텐의 위 책에 서는 장자가 단독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양승권의 책 에서는 장자만의 절대자유와 호연지기에 대해 잘 다루고 있다. 저자 이중톈 역자 심규호 중앙북스 2013.1.30. 중국 철학자 이중톈의 ‘중국의 지혜 시리즈’ 강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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