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2월호
85 84 법무사 2016년 2월호 문화의 멋 • 법률이 있는 영화 에이즈 환자 변호사의 부당해고 소송 투쟁기 필자는 2002년 경 국가인권위원회 서기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동성애’라는 단어는 생소할 뿐 아니라 금기시 되는 용어였다. 필자도 인권위원회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동성애 (homosexuality)’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위원회에서 다양한 ‘동성애자’들과 ‘성적 소수자 (sexual minority)’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듣기 시작하면 서, 그들의 권익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여건 이 많이 좋아져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단체도 생겨나 고, 국민들의 인권 의식도 상당히 성숙해졌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영화 「필라델피아(Philadelphia)」는 동성애 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의 실상을 압축파일처럼 잘 대변해 주 는 영화다. 필자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는데, 처음에는 신선한 충 격을, 두 번째는 큰 감명을 받았다. 변호사 앤드류 베켓(톰 행크스 분)은 필라델피아에서 널리 알려 진 법률사무소에서 촉망받는 변호사로 성장한다. 하지만 동성애자 이자 에이즈 환자였던 그는 자신의 법률사무소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사실을 숨겨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앤드류는 법률사무소 사상 가장 중요한 재판인 ‘하이라인사’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게 된다. 재판 전날 정성을 다해 완성한 고소장 등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앤드류는 해고를 당하게 되고, 자신의 해고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음을 알게 된 앤드류는 법률사무소 대표인 찰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의 라이벌 이었던 변호사 조 밀러(덴젤 워싱턴 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괜찮은데, 당신은 불편 한가요?” 「필라델피아」 조는 다른 동료 변호사들처럼 앤드류가 에이즈 환자라 는 이유를 들어 요청을 거절하지만, 결국 앤드류의 신념과 확신에 감동을 받아 함께 법적 투쟁을 하기로 한다. 이후 벌어진 소송에서 조는 ‘앤드류의 해고 사유는 업무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에이즈 때문이며, 에이즈 등의 질병으 로 인한 해고는 차별이고, 불법’이라는 것을 입증해 낸다. 에이즈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앤드류 는 자신의 권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재판이 끝나는 순간 까지 싸운다. 조 역시 인간의 권리와 사회의 정의는 연령,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동등 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맞선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앤드류는 재판에서 승소, 자신의 권리와 명예도 회복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 아 숨을 거두고 만다. 자유와 평등을 향한 투쟁의 도시,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법의 기초가 만들 어지고, 독립선언서가 낭독되는 등 자유를 향한 수많은 투 쟁이 벌어졌던 도시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필라델 리아’는 이 영화의 제목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수의 생각을 ‘보편타당한 것’으로, 자 신들과 다르다고 여겨질 때는 ‘틀린 것’으로 쉽게 단정지어 버리곤 한다. 자신의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는 정성을 다하 면서도 성적 소수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흉측한 벌 레를 대하듯 배타적인 눈길을 보낼 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편견과 배타성은 잔인하고 무서운 결과 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제작되 었다면 어땠을까? 처음으로 동성애와 에이즈 문제를 정면 으로 제기했던 「필라델피아」의 개봉 이후 ‘필라델피아’ 하 면 곧 ‘동성애’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상황에서 아마도 영화의 제목을 붙이는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 지 않았을까?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미국에서 에이즈는 ‘불치 병 내지 혐오스러운 병’이 아닌, 단지 ‘지속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질병’ 정도로 여겨진다고 한다. 에이즈 환자들 역 시 당당하게 감염 사실을 밝히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관 련법에서도 에이즈 감염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 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에이즈 환자들은 ‘치료 받아야 될 환자’가 아니라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감염 사실이 드러난 순간부터 사회적인 모멸과 냉대, 더 나아가서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 로 사실상 격리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에 이즈 환자뿐 아니라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소수자들에게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에 대한 공감과 시민의식도 점차로 높아지고 있어 고 무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단체들도 설립되어 활동 중에 있다. 소수자들은 다수자들과 ‘다른 사람’일 뿐, ‘틀린 사람’이 아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영화를 통 해 어떤 소수자라도 차별받아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음 을 느껴 보시기를 바란다. “불편하면 별도로 준비된 방에서 자료를 조사하시지 요?” 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던 앤드류를 알아본 도서관 의 사서가 비꼬듯 말하자 앤드류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괜찮은데, 당신은 불편한가요?” 미국 / 드라마 / 124분 1994.03.26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조나단 드미 출연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김영화 법무사(인천회) 동성애·성적 소수자 인권문제, 정면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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