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3월호
85 법무사 2016년 3월호 84 문화의 멋 • 법률이 있는 영화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성폭력 사건을 영화화 2011년황동혁감독이발표한영화 「도가니」는중학생농아(聾兒)들 을지도하는한특수학교에서간부교직원들이농아제자들을상대로 2000년부터5년간저질렀던실제성폭력사건을영화화한것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지만, 2006년 7월 집행 유예 등의 가벼운 형벌을 선고받았고, 이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항 의를 하다 법정에서 끌려 나간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겨레』신문 의 인턴기자가 이를 기사화했고, 기사를 읽은 작가 공지영이 이 사 건을 모티브로 2008년 11월부터 6개월간 포털 Daum에 연재한 소 설 「도가니」를 단행본으로 출간,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리고 2011년 9월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전국적으로 개봉 되자 국민적 분노가 들끓기 시작한다. 급기야 2012년 1월에는 일 명 ‘도가니법’이라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고, 그 6개월 후부터 시행되기에 이른다. 영화의 무대는 안개가 짙은 바닷가 무진시(霧津市)에 소재한 특 수학교 ‘자애학원’. 실제로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운영하던 광주 광산구의 ‘인화학교’다(이 사건으로 이 법인은 2011년 11월 설립허 가가 취소되었고, 교육청은 특수학교 위탁지정을 취소하였다). 교장실 등 은밀한 곳에서 저질러진 이 끔찍한 범행의 가해자는 이 학교 설립자의 두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이다. 피해자는 범행 당시 13세 안팎이던 청각장애 2급의 남녀 중학생 3명으로, 피해자 들 중 진유리는 지적장애 3급의 중복장애인, 나머지 2명은 청각장 애만 있고 지적장애가 없다. 진유리의 부모는 청각 및 지적(중복)장 애인이어서 금치산자(현행 「민법」 상 피성년후견인)로 나온다. 청각 장애인 모두가 지적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므로 2013년 7월 이후 “어떻게 그 꼿꼿한검사를 로비할 수 있었나?” 『도가니 (Silenced) 』 개정법에서는 성년 농아인들이 당연히 성년후견이나 한정 후견 심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주인공 강인호(공유 분)는 아내와 사별 후 중국에서 사 업을 하다 실패하고, 은사인 미술대학 교수의 알선으로 어 린 딸을 어머니에게 맡긴 채, 자애학원의 기간제 미술교사 로 부임한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가 교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학교발전기금(5천만 원)을 내야 했다. 그는 자신 의 소신에는 반하지만 현실과 타협해 모친이 전세금을 빼 서 마련해 준 돈을 쇼핑백에 넣어 행정실장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곧 강인호는 교장과 행정실장이 기독교 박애정 신의 탈을 쓰고서 나이 어린 장애인 제자들을 성폭행하며 거짓과 위선으로 이를 은폐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 는 연약한 제자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고, 인권 운동가인 무진인권운동센터 서유진 간사(정유미 분)도 그 와 함께 싸워 나간다. 지역 기득권층과 사법 권력 간의 유착관계 등 사실적 묘사 가해자의 위선과 거짓을 밝혀내고, 피해자인 장애 청소 년들과 그 가족의 통한과 눈물을 닦아주는 정의의 실현은 강인호 교사와 서유진 간사만의 일은 아니다. 법적 정의 를 실현하는 검찰과 법원이 나서야 함에도 영화에서는 결 코 그렇지 못한 우리 사법(司法)의 현실을 고발한다. 영화 는 가해자들의 재판과정을 상세히 다루면서 지역 유지로 서 가해자들과 기타 지역 토착세력들과의 담합 및 사법 권 력과의 유착관계, 전관예우 등의 법조 비리 등 한국 사회 의 사법적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피고인의변론을맡은황변호사는어릴때부터전교수석 을도맡아하던무진지방의수재다. 피고인의성폭력사건은 서울의 명문 법대를 졸업하고 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그 가 변호사 개업 후 처음 수임한 사건이다. 그가 이 사건의 변 호인으로 선임된 것은 피고인이 담당 경찰관의 권유에 따라, 전관예우효과가가장기대되는그를골랐기때문이다. 증인신문 등 치열한 형사재판 장면이 주를 이루는 영화 후반부에서 재판장은 방송사 카메라와 언론보도를 의식하 면서도 수화 통역사의 배치를 요구하는 방청인들을 법정 소란으로 강제 퇴정시키고, 감치명령을 내리는 등의 권위 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편, 무진여고를나와동창회장까지하고있는산부인과 여의사는 처녀막 열상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했지만, 처녀막 열상이 반드시 성폭행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증 언한다. 성폭력 피해자면서 동시에 다른 성폭행 현장을 목 격한 증인 김연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이 과연 가수조성모의높은음을들을수있는지의여부판단을위 해직접법정에서음향실험을하는장면도매우리얼하다. 결국 이런 기득권 세력들의 담합 속에서 세 피고인은 가 벼운 형벌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러난다. 석방 후 그들 이 변호사와 함께 룸살롱에서 자축연을 벌이는 장면이 인 상적이다. 학교 행정실장이 변호사에게 어떻게 그 꼿꼿한 검사를 로비할 수 있었는지 묻는다. 그러자 변호사는 담당 검사가 곧 퇴직을 앞두고 있어 유명 로펌에 스카우트 되도 록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반색하더라고 말한다. 영화 「도가니」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사회적 약자에 대 한 기득권층의 폭력과 비리, 그리고 이를 비호하는 기득권 층의 담합과 사법 권력의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고발하 면서, 이 두터운 기득권을 깨기 위해서는 영화 속 주인공 들처럼 각자의 현장에서 외롭지만 의로운 투쟁들이 필요 함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 / 드라마 / 125분 2011.09.22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황동혁 출연 공유, 정유미 엄덕수 법무사 (서울중앙회)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부이사장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부패한 사법 현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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