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법무사 2016년 4월호 화살을 쏘다! 미를 제공한 피해자 박봉주 판사의 운신도 의문을 제공한다. 재판은 거대 조직인 사법부가 개인의 진실과 정의에 외압을 행사하고, 기득권을 보호하기에 급급하다는 지탄 속에서 증 거수집 절차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김경호는 언론에 구원의 손을 내 밀게 되고, 영화는 이 대목에서 90%는 실제를 근거로, 10% 정도는 노이즈 마케팅을 의식한 영화적 허구의 방식을 이용 하지만, 이미 억울한 피해자나 약자의 울분에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중들의 감정이입은 더욱 배가된다. 제도적 규범 밖에서 언론 방송 등을 통한 진정인의 호소가 설득력과 공감 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변호사 박준(박원상 분)과 피고인 김경호의 항변을 듣고 흥분한 방청객들이 재판장 신 재열(문성근 분)을 향해 “이것이 재판이냐”며 달걀을 던지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재판장이 할 수 있는 준엄한 처신이란 감 치명령이 전부다. 코미디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웃을 수 없는 현실을 유추하게 된다. 실체적 진실 규명에 대한 ‘사법부 한계’ 질타 이 재판은 실재에서 「총포·도검·화약류 등 안전관리법」 위반으로 4년 징역형으로 확정판결이 났지만, 여전히 진행 형의 여운이 남아 있다. 영화에서 변호인인 박준(박원상 분) 이 프랑스 포병장교 드레퓌스 대위가 군부의 모함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아 남아메리카 기아나에 있는 악 마의 섬(그 유명한 빠삐옹이 갇힌 감옥 섬)으로 유형을 갔던 사건과 영화 속 석궁 사건을 비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대한 공화정 의회나 군부의 기존 형벌을 고수하려는 강압에 맞서 ‘나는 고발한다’는 에밀 졸라의 의로운 용기가 없었다면, 프랑스에서도 정의와 진실은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신 정권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대법원 확정판 결 후 바로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이 재심 판결에서 무죄 선고되었지만, 이미 전자는 사형집 행이 되었고, 후자는 심신이 망가진 후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개인의 항변은 사법조직에 비해 무능하고 열악하며 실로 그 싸움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지식인을 대변하는 영화는 보는 각도에 따라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항소 심 공판에서 부러진 화살의 재검증 요구 신청이 기각되자, 김경호는 직무유기로 검사·판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검사에게 석명권을 발동하라는 요구에도 “증거신청 을 기각한다”는 견고한 태도로 버티는 신재열 재판장의 태 도에 관람자들은 더욱 반감을 느끼게 된다. 보수적인 지식인 김경호 교수와 박준 변호사는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직업적 법관의 안일을 꾸짖는다. 영화 이기에 많은 부분을 묵인하고 관람하지만, 영화 속의 사법 부는 실체적 진실 규명과 정의구현 요구에 대해 권위적인 기존 제도의 기득권을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국가의 형벌 처분에 대한 사법 제도의 한계를 질타한다. 배심원제도의 도입으로 다소 방법 적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나 피부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완 벽하다고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재판의 부당함을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알리며 구원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증거재판주의나 사법부의 신성한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매도된다. 영화는 사법부를 포함한 모든 권력기관이 이제 권위와 억압의 제도적 틀을 벗고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 각 개인들의 고독한 항변에 귀 기울여 볼 때가 되었다고 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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