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5월호

85 법무사 2016년 5월호 없고 사기꾼만 있네! 은 검사에게 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하라는 인권보호 의 원칙 속에서 수사가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이상이다. 그리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또 범죄수사의 주체 로서 기소독점권을 갖고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것을 본 업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이러한 적법 절차에 의해 형사소송을 진행하거나 범죄수사의 주체로 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검사외전」에 서도 비슷하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검사 역의 배우 황정민은 공동주연이지만, 사기꾼 역할의 강동원을 받쳐주는 보조 적 역할에 그친다. 영화의 스토리도 형사소송법적 절차에 입각해 진행되지만, 그 원칙은 허구로 포장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검사는 없고 사기꾼만 있다. 영화평 론가 오동진이 “검사 황정민과 사기꾼 강동원의 투톱 영화 가 아니라 사기꾼 강동원의 원톱 영화”라고 평했듯이 검사 황정민은 사기꾼 강동원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는 소비적 캐릭터로서 등장할 뿐이다. 소송 현실에 맞으면서도 웃음과 감동을 줄 수는 없을까? 따진 김에 좀 더 따져보자. 순전히 법률적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보면, 검찰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한 상명하 복의 조직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영화에서 변재욱 검사(황정민 분)의 상사인 차장검사 우종길(이성민 분)은 자신이 연루된 비리를 파헤치려는 변 재욱을 제거하기 위해 변재욱이 조사 중인 피의자를 살인 하고 그 죄를 변재욱에게 뒤집어씌운다. 하지만 현실에서 담당검사가 상사의 사무분담 변경을 거부 하고 일방적으로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종길이 상관으로서 상명하복의 질서에 따라 변재욱 을 직무에서 배제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구태여 변재욱 을 살인범으로 만드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영화에서 변재욱은 피의자 살인죄로 15년을 선고받는 데, 수사검사가 살인죄로 15년을 선고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비약이다. 수사과정에서 감금된 피의자가 사망하면 법정형이 3년 이상이지만 지금까지 그만큼이라도 선고받은 경우는 발견 되지 않는다(「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2항). 뿐만 아니라 강동원이 분한 사기꾼 한치원이 변재욱의 무 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변재욱의 동 료 검사 양민우의 서명을 위조하는 등 위법 행동을 아무렇지 도 않게 저지르고[「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사진을 오려붙이고 바코드도 없는 출입증으로 검찰 청을 드나드는 등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벌인다. 아무리 영화적 재미를 돕기 위한 허구적 구성이라 하더라 도, 그 횟수가 지나치게 잦고 현실과의 개연성을 상실하면 반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재미있고 후련하다는 관객 평들도 있지만, 검찰의 현실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검사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최소한의 적법 절차는 지키도록 그렸으면 한다. 소송절차의 현실에 맞게 하면서도 관객에게 웃음과 감 동을 주는 검사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검사를 소재 로 한 제대로 된 영화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