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7월호

78 문화의 멋 • 공감 인문학 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여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은 행 동, 그런 행동이 바로 ‘무위지위(無爲之爲)’, ‘함이 없는 함’ 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성인의 다스림(governance)이요, 성 인의 덕(德)이다. 도로서 시작하여 덕으로 마무리 되는 이 것이 「도덕경」의 기본구조라 하겠다. 『도덕경』의 전복적 가치관과 지혜 『도덕경』은 기존의 모든 속물적 가치를 뒤엎는다. 물질 주의에 대해서는 한 치의 타협이나 양보가 없다. 노자 앞 에 서면 우리가 추구했던 모든 가치는 붕괴된다. 높은 곳 으로 오르는 사람에게는 내려가라고 한다. 강한 것을 좋 아하는 사람에게는 약해지라고 한다. 굳센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부드러워지라고 한다. 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그냥 물러가라고 한다.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게는 멍청하게 살라고 한다. 학처럼 고고하게 살려는 선비 에게는 홍진에 묻혀 살라고 한다. 안민 (安民) 의 길, 마음을 비우고 배는 든든하게! “훌륭하다는 사람 떠받들지 마시오. 사람 사이에 다투는일없어질것이다(不 尚 賢使民不爭).” “귀중하다는 것 귀히 여기지 마시오. 사람 사이에 훔치는 일 없어질 것이다(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 盜).” “그러므로 성인이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로 마음을 비우고 배는 든든하게 하며, 뜻은 약하게 하고 뼈는 튼튼하게 한다(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 志强其骨).” 훌륭한 사람을 표창하여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되도록 떠 받들면 모든 사람이 그 사람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힘쓸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노자는 이런 상식적 관례를 깨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구하기 어려운 귀중한 것을 귀히 여기면 사 람들은 그런 것을 얻으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 을 저지를 것이요, 결국 ‘상대적 빈곤’에 시달릴 것이니 아 예 그런 것을 귀히 여기지 말고 보이지도 말라는 것이다. 성인의 다스림은 무엇보다 백성들의 ‘간교한 마음(心)’이 다. 허망한 야심(志)을 없애도록 도와주고, ‘배와 뼈’로 대 표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채우는 일을 우선으로 삼 는다는 것이다. 자기완성을 하고 싶다면, 스스로를 위해 살지 마라! “하늘과땅은영원한데영원한까닭은자기스스로 를위해살지않기때문이다(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 且久者, 以其不自生).” 하늘과 땅 그리고 성인은 영원한 삶을 산다. 진정한 의 미의 영원한 삶이란 시간 속으로 무한히 연장되는 생물학 적 삶이 아니라 질적으로 새로운 참삶을 뜻한다. 이러한 참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노자는 자기를 앞세우지 말고, 자기를 버리고, 비우는 것이 진정으로 자기를 완성하고 영존시키는 것임을 제7장 의 구절에서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늘·땅은 말없이 곡식이 자라도록 비구름을 내리고, 열매가 맺도록 양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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