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9월호

83 법무사 2016년 9월호 을 꽂아 두었건 그건 그들의 서재일 뿐, 단 한 권의 책이 꽂 혀 있더라도 나에겐 나의 서재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리더의 서재에서』를 읽어 볼 만한 가치는 무엇일까. 김윤주 군포시장은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다. 그의 시 정 제1목표는 ‘책 읽는 군포’다. 그 이유는 그에게 책(독서) 에 대한 남다른 확신이 있어서다. 김윤주는 경북 예천의 산골마을에서 7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는데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마침 이웃에 사는 외삼촌의 조그만 책방이 있었다. 초등 학교 때 농사일을 도우면서도 밤이면 외삼촌의 책방에서 책을 읽었다. 중학교 진학이 좌절된 후에는 책방의 일손을 도우며 서가의 책을 모조리 읽어 대는 것으로 그 한을 삭 였다. 책방의 모든 책을 독파하자 소년에게 인생과 세상의 창문이 열렸다. 김윤주 시장은 ‘책 속에 길이 있음’을 몸으 로 터득했던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제임스 조 이스의 소설 『율리시스』를 극찬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런 데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실제로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동양권에서 『삼국지』가 그렇듯이 읽지 않았지만 그 책 정도는 읽었다고 해야, 아주 좋다고 해야 체면이 서 는 촌극은 늘상 있는 일이다. 동서양을 망라해 그런 책들 중 하나가 크레타 섬 출신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 리스인 조르바』다. “책에는 희망, 꿈, 지혜, 미래까지 들어 있다” 필자는 지금 『그리스인 조르바』를 두 번째 정독하고 있 다. 그 이유는 이렇다. 『리더의 서재에서』의 많은 출연자들 역시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그리스 신화의 대가 유재원 박사와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상근 교수는 심지어 “20대에 읽었던 최고의 책으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책 을 읽다가 숨이 가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라, 연세대학교 야구장에 가서 무작정 뛰었던 기억이 난다”고까지 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게까지?’란 의문이 솟 으며 순간 독서욕을 느꼈다. 더구나 명배우 앤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희랍인 조르바」를 본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자면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끈기를 갖고 1차 정독을 했는데 ‘김 상근’ 같은 ‘삘’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읽는 중이다. 그런데 다시 읽는 동안 색연필 칠하고, 빨간펜으로 네모 치는 곳이 시나브로 늘어난다. 감히 신과 대결하는 인간 조르바의 자유의지, 스스로에게 몰입하는 인간의 존엄성 이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니코 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감탄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읽고 싶은, 나의 책들도 쌓여 있는 마당에 굳이 『리더의 서재에서』를 읽으면 좋은 이유는 이렇듯 불굴의 독서 욕구를 자극해서다. ‘책에 길이 있고, 책에서 밥 나온 다’는 확신을 갖게 해서다. 어디 밥만 나오겠는가? “책에는 희망, 꿈, 지혜, 미래까지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이 김 윤주 군포시장의 신앙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너무 들어서 이제 진부하다. 그럼에도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 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그 말을 찰떡같이 믿고서 우리는 오늘도 책과 함께 새파랗게 늙어 가야 한다. ‘세상의창’이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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