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9월호
9 법무사 2016년 9월호 만물은 하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인간의 도리 이홍훈 전 대법관님 하면, 역시 일반국민들에게는 ‘독수리 오형제’로 일컬어지던 참여정부 시절의 진보적인 대법관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대법관 이전의 판사 시절부터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옹 호하는 판결을 많이 하셨던 걸로 아는데, 법관으로서 어 떤 소신과 원칙으로 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독수리 오형제’라고, 당시 언론에서 그렇게들 부르더군 요. 그런데 특별히 진보적인 소수의견을 내야겠다고 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다만,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권리를 옹호하는 데 충실한 판결을 하려고 노력 했어요. 저는 오래전부터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 지 않는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재 판을 할 때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 는지,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판결에서 충 분히 담아내고 있는지 숙고하고 성찰하려고 했지요. 법률 자구에 갇혀서 형식적인 법률 해석만 하는 법관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현실에 부합하고, 권리를 충분히 옹 호할 수 있는 그런 판결을 내리는 법관이 되고 싶었어요. ‘따뜻한 법치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고 확산하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법치주의’란 말씀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대법관님은 대법관 중에서도 정년 퇴임으로 퇴임한 몇 안 되는 대법관이셨고, 퇴직 후에도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을 거쳐 지금은 소속 법무법인에서 공익재단을 이끌고 계 십니다. 대법관님의 법조 인생은 ‘윤리’와 ‘공익’이라는 두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데, 그러한 삶을 살도록 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제가 어두운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46년생인데 우리 사회가 6·25 이후 개발과 산업화 시대 를 거치며 국민들은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도 먹고 사느라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혹독한 시절을 보냈잖아요. 그런 시대를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제대 로 민주화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그런 나라 로 만드는 데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 터 했던 것 같습니다. 법관 초기에는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가정환경과 교육환경, 또 신체적 건강상태나 지능 지수 같은 차이들이 있고, 그로 인해 경쟁사회에 진입해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려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법조인이라면 그런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헌법에 보장된 생존권을 구체적으 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판결로써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 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제가 불교와 도가사상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세상만물 은 본래 하나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세상 은 만물일체로 궁극적으로 하나인데, 다만 모습을 달리해 서 태어났을 뿐이죠. 그래서 좋은 머리와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 고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도리이고, 기본적 덕목입 니다. 그런 면에서 ‘공익’은 법률가의 천부적인 의무라는 생각 이에요. 법조인에게 그만큼 태생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 은 능력을 부여해 주고 권한도 주었기 때문이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이 있고, 법률가는 그 법을 해석 하고 적용하는 전문적 직업인이니까 당연히 공익에 관심 을 가지는 것이 도리이고 소명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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