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11월호
82 『즐겁게 춤을 추다가』 등 문화의 멋 • 시야가 트이는 책 읽기 ‘유머와 코믹, 풍자와 반전’ 가득한 재담들 인구에 회자되는 소위 ‘조선 3대 구라’가 있다. 『배추가 돌아왔다』의 ‘협객 방배추’로 더 많이 알려진 방동규, 통일운동가 백기완, 소설가 황석 영이 그들이다. 입심으로 치자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박사나 도올 김용옥도 만만치 않지만 3대 구라님들이 보시기에 이들은 ‘교육방송’에 불과하다. 만약 유홍준, 김용옥을 ‘신조선 3대 구라’라 친다면 나머지 한 명은 누 가 낄 수 있을까. 아마도 시대의 재담꾼으로 폭넓게 인정받는 다작 소설 가 ‘성석제’라면 후보명단에 충분히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성석제의 소설 들은 재미있고, 편하고, 인간적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렇다고 하기엔 무리가 좀 있고, 도시의 변두리나 시골에서 청춘시절을 보낸 40~60 세 대들에겐 정말 그렇다. 손아래 형제들과 처자식을 부양하느라 자신을 희생했던, 직장에서 밀 려나지 않으려 천 삽 뜨고 허리를 펴야 했던, 알토란 같은 퇴직금으로 동 네에 프렌차이즈 가게 열었다가 오르지 않는 매출 때문에 소주잔을 기 울이는, 자녀 2명의 ‘인 서울’ 학원비에 등허리가 휜 그런 사람들이다. 도시의 변두리나 시골인 이유는 그가 쓰는 이야기들이 주로 질풍노도 의 청춘 시절 그곳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즐겁거나 혹은 애처로운 기 억들이 컴퓨터처럼 생생하게 재생돼서 그렇다. 방학으로 고향에 내려온 대학생, 방위 입대 때문에 휴식 중인 백수, 이 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친구 셋이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갓바 텐트’ 와 스피커 두 개 달린 카세트, 석유 버너를 낡은 배낭에 챙기고 무전여행 을 떠났다가 ‘태양’ 담배 공평하게 나눠 피는 것으로 시비가 붙어 초장에 파토가 난 기억이 있는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도시로 흩어졌던 남녀 청춘들이 모처럼 모인 고향, 작업 의도를 애써 숨기며 명산 계곡으로 캠핑을 떠났건만 술 취한 ‘삼시기’가 옆 텐트의 잘 난 체하는 대학생 RCY 그룹에 괜한 시비를 걸어 소주병을 깨는 바람에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컴퓨터 기억력’ 성석제의 웃다 울다 눈물·콧물 훔치는 소설들 ‘서럽게 울어 서울’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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