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법무사 12월호
85 법무사 2016년 12월호 나는 살고 싶었다! 사채 빚이었으니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구제(Workout) 를 받을 수는 없었을지라도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를 이 용하면 살인이 아니라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빚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절체절명의 과제 였던 차경선으로서는 신분세탁을 통해 고통스러운 과거에 서 완전하게 벗어나고 싶었겠지만, 만약에 보다 현실적인 길을 택해 법무사를 찾아왔더라면 훌륭한 조력자이자 대 리인으로서 두 제도를 통해 갱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 었을 것인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개인회생 신청을 하게 되면, 채권자들의 과도한 빚 독촉 이나 가압류·가처분, 경매와 같은 강제집행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반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 대부 업체, 그리고 사채나 빚보증 채무까지도 모두 포함해서 개 인의 상황에 맞게 채무 조정을 해 주기 때문에 차경선이 직장인으로 일정 정도의 수입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 는 개인회생을 통해 사채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회생제도 이용하면 현실적인 갱생 가능해 최근에는 불법추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어 하루에 2회 이상은 빚 독촉을 할 수 없고, 채무자 주변의 사람에게 신 용과 관계된 사실을 알려서도 안 된다. 영화 속에서 강민 호가 실제 강선영이 약혼자 강선영과는 다른 인물이었다 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강선영이 개인회생을 받기 위해 이 용한 법무법인을 찾아가게 되면서부터였는데, 개인회생과 파산신청 사건은 법무사 사무소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 드리고 싶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이번에는 연극배우이자 관 객으로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를 악물거나 심호흡 을 하고, 다시금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사체의 유기를 시 도하는, 작은 행복을 위해 거대한 악을 저지르려고 마음먹 는 그 순간을 제대로 표현해 낸, 배우 김민희의 연기 변신 과 성장이었다. 약혼녀를 찾아 헤매던 강민호가 마침내 강선영을 발견 하고 자신을 사랑했냐고 묻는 장면에서 매정하게 아니라 고 고개를 내젓지만, 그것이 결코 진심이 아님을 강민호도 알고 관객도 알게 되는 그 순간의 작은 눈물까지, 김민희 는 최근 「아가씨」에서의 관객들의 찬사가 공연한 것이 아 니었음을 보여 준다. 그 밖에 강민호 역을 한 이선균과 조 연인 조성하의 연기도 휼륭했다. 캐릭터와 자신의 매력 사 이의 거리두기를 잘한 것 같다. 「화차」는 차경선이란 한 여성의 파행적인 삶을 통해 우 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영화를 통 해 우리는 한 개인의 불행과 범죄 행위가 그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깨닫 게 된다. 이미 한 차례의 살인으로 신분 세탁을 했던 사람 이, 다시금 희생자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한 사정은, 단 순히 재범에 대한 응징으로만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범죄나 강력사건 또는 법정다툼의 긴박함을 보여 주는 것만이 아니라 「화차」와 같이 우리 사회의 여러 병리적인 상황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시선을 보여 줄 수 있는, 나아가 법무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개입해 해 결하거나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법률 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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