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월호
천하에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인 제(齊)나라 직하학궁(稷下學 宮), 거기서 학자들의 대표인 ‘좨주(祭酒)’를 세 번이나 역임한 사람 이 있습니다. 바로 순자입니다. 성악설로 유명한, 하지만 성악설로만 기억해서는 안 되는 인물. 대학자 순자가 진(秦)나라 수도 함양에 들 렀습니다. ‘대학자 순자’라고 하니 좀 어색하신가요? 순자는 대학자입니다. 라 이벌 맹자가 지방사설학원 원장이나 시골학교 교장 정도라면 순자는 하버드대학 총장, 최소 서울대 총장 정도 되는 사람이었죠. 전국시대 말에 살며 유가를 중심으로 제자백가 사상을 종합했던 인물, 당대의 모든 학자들이 인정하고 높이 살 만큼 대학자였는데요, 그 순자가 진 나라에 들러서 한 말이 저와 같습니다. 진에 들렀을 때 진의 재상 범 수( 范睢 )가 “선생님께서 진나라에 와서 받은 인상이 어떠하신지요?” 라고 묻자 저렇게 대답합니다. 순박한 백성들, 잘 잡힌 관리들의 업무기강과 청렴함, 지리적 이점 과 풍부한 물자 등 순자의 말을 보면서 진의 강함, 진의 저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결정적으로 우리가 아는 진의 이미지와는 많 이 다르구나 싶을 거예요. 우리는 진 하면 무시무시한 이미지, 강압적 인 국가상만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진나라…, 자 여러분은 진나라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먼 저 아방궁과 만리장성의 진시황제?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통일제 국을 이룩한 나라? 아니면 도량형과 문자를 통일해 표준과 기준을 만들어 정착시킨 나라? 아니면 가혹한 폭정으로 인해 단명한 나라? 사실 진 하면 법(法)이 먼저 떠오르실 거고요, 형법과 형벌이 떠오 르실 겁니다. 그리고 법가(法家)가 떠오르실 거고요. 공부를 더 하신 분들은 상앙과 이사, 한비자 같은 법가 사상가도 떠오르실 거고요. 그런데 진의 이미지가 좋지 않고 무시무시한 형벌과 형법만이 떠오 르다 보니 일반인들 사이에서 진나라를 만들었던 법가 사상가들과 그들이 주장했던 법치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습니다. 81 법무사 2017년 1월호 진(秦)나라를 만든 법가 사상가와 그들의 법치주의는 정치에 있어 독자적인 영역의 발견, 사회과학적 사고, 평등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건설과 그것에 기반한 국력의 신장 등을 주장한 선진적인 정치사상이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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