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1월호

89 법무사 2017년 1월호 기술을 동원하여 마침내 조작된 진술서를 받아 냅니다. 송우석은고문전문가가받아낸진술을조목조목깨나 가기 시작합니다. 재판도 시작하기 전에 이의를 제기합 니다. 「형사소송법」 제280조 “공판정에서는피고인의신 체를 구속하지 못한다.”를 들이대며 피고인 박진우(임시 완분) 등의포승줄과수갑을풀어줄것을요구합니다. 증인으로나온내외정책연구소수석연구원엄태남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공산주의 혁명 과 체제의 타당성을 주입시키고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책이라고 증언합니다. 노동자, 학생들이 이러한 불온서 적을탐독하고공산주의를학습했다고주장합니다. 필자는 대학교 1학년 때 고 윤남한(尹南漢) 교수님 의 문화사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 『조선시대 양명 학연구』 등의 저술을 남기신 윤남한 선생님은 1학기 강의가 끝난 직후 심장마비로 별세하셨습니다.- 그때 교수님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요약, 정리 하여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주셨습니다. 증인 의 말대로라면 윤남한 교수님도 사상이 불온하고, 『역 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리포트를 제출한 학생들도 모 두 불온단체라는 이야기인데, 무언가 씁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고인 박진우는 법정에서 변호인 송우석의 물음에 울면서 고문 사실을 폭로합니다. 격분한 송우석은 외 칩니다. “지금 피고인석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은 이 학생들 이 아니라 납치, 폭행, 고문을 일삼는 저 형사, 조작사 건을 지휘한 검찰 그리고 이 나라의 군사정권입니다. 피고인의 진술서는 폭행과 고문으로 강요된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입니다.” 차 경감이 학생들을 고문할 때 군의관으로 차출되었 던 윤성두 중위도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해서 법정에 나와 고문 사실을 고발합니다. 그러나 재 판장은 윤 중위가 탈영병이라는 터무니없는 사유를 들 어 이미 행한 증언의 삭제를 지시합니다. 결국 피고인 들은 유죄판결을 받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시간이 흘러 1987년, 박종철 추모행사에 참석했던 송우석은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습니다. 송우석의 변론을 맡은 김상필 변호사는 재판장에게 변호인이 많으므로 출석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 합니다. 재판장은 한 명 한 명 변호인 이름을 부릅니다. 법정을 가득 메운 변호인들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대답하며 일어섭니다. 이날 법정에는 부산지역 변호사 142명 중 99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공권력에 의해 조작된 용공사건 의 진실을 밝혀내는 재판과정을 용감하게 그려 낸 수 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 수도 천만 명을 돌파했고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페인의 시인 비센테 알레익 산드레는 ‘시인(詩人)’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너는조약돌이어떻게노래하는지안다 그미묘한눈동자는감미로운눈망울위로 태산의무게를이미안다 숲의부르짖는반향음이어떻게우리의 정맥속에서하루동안포근히잠드는지 저마다 가슴에 촛불을 켜든 우리 국민은 모두 다 위 대한 시인입니다. 오늘도 광화문에 하나둘 켜지고 있 는 촛불은 외칩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 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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