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2월호

77 법무사 2017년 2월호 한비자는 여기서 유가가 강조한 덕목들인 인의와 은혜, 사랑 을 반대했습니다. 인의와 은혜, 사랑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고, 위 에서 말한 대로 인의니 은혜니 사랑이니 내세우면서 공을 세우 지 않았는데도 상을 주거나 죄를 지었는데도 벌을 주지 않아서 공적 권위와 사회적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한비자는 공적 권위와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모두 뇌물을 써서 부귀한 자를 섬기고 권력 있는 자에게 사적으로 줄을 대며 명성을 얻어 높은 벼슬자리와 후한 봉록을 받으려 할 것이며, 간 악한 무리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어 종국에는 나라가 망할 것이 라고 보았습니다. “필벌(必罰)”, 죄를 지은 사람에게 반드시 벌을 주는 것도 중 요하지만 무고한 사람에게는 주어선 안 되며, “신상(信賞)”, 공을 세운 이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공 없는 사람에 게는 주어선 안 된다. 결국 한비자의 말은 신상필벌의 원칙에 맞 게 사회적 자원을 제대로 분배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는 것인 데, 이는 법가사상가들이 사회적 신뢰와 공적 권위의 확립을 위 해 항상 역설한 것입니다. 형벌과 형법만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보통 우리는 법가 하면 필벌, 그것도 죄지은 사람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는 것만 기억하지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상을 주는 것까지는 생각지 못합니다. 실제 그렇지요. 법가, 그리 고 법가가 만든 나라인 진나라 하면 많은 분들이 형벌과 형법만 을 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와 상앙의 텍 스트를 차근차근 읽어 보고 또 법가사상을 주축으로 만든 진에 법가 하면 형벌과 형법만을 주로 떠올리지만 법가사상가들은 상을 어떻게 줄 것인지, 사회적 자원의 분배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다룹니다. 법가를 정말 그저 사람을 겁주고 힘으로 찍어 누르자는 조악한 정치사상으로 보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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