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2월호

80 병사의 고아가 굶주리고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으나 광대나 술시중 드는 부류는 수레를 타 고 비단옷을 입는다. 상과 봉록은 민이 힘을 다 쓰게 하고 아랫사람이 목숨 걸고 일하고 싸우 게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싸워 이겨 성을 쳐서 빼앗은 병사들은 고생만 하고 상 을 받지 못하고, 점을 치고 손금을 보며 교활하게 앞에서 마음에 드는 말만 하는 자는 매일 하 사받는다.” - 『한비자』 「궤사(詭使)」 편 「궤사(詭使)」 편에서 한비자가 한 말입니다. 「궤사」는 법에 의한 통치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아 만들어지는 정치사회적 모순에 대한 한비자의 우려와 울분을 담고 있는 편인데요. 여기서 한비자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재화인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가난해지고,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이들은 비참해진다고 말하네요. 대우를 받아야 할 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적 자원의 분배에서 소외 받는 현실에 분개하는 한비자의 모습이 강하게 보입니다. 사실 법가사상가들의 텍스트를 읽다 보면 백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난 부분들 이 적지 않습니다. 국가가 부과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당대 사회에서는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만들어 내 고 있는데도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하는 백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드러나는 부분들이 많지요. 법가사상가들의 목표는 ‘법치(法治)’ 자체가 아닙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입니다. 그 부국강병은 백성들을 닦달하고 가혹하게 내몬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정치공동체가 건강해져야 가능한 일입 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아니어도 당대에 인접한 다른 나라들보다는 체제가 건강해야만이 달성할 수 있는 일이죠. 그렇기에 부국강병을 추구한 법가는 어떻게 하면 정치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렇게도 사회적 자원의 분배에 대해 역설한 것입니다. 그들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제대로 공정하게 분배하고 그것을 성문화된 법으로 보장하라고. 그렇게 해야만이 국가의 권위, 사회적 신뢰가 단단해지고 나라가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법가, 정치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사고한 사람들 자, 튼튼한 공적 권위와 사회적 신뢰는 지금도 중요한 정치적 과제입니다. 아니, 어쩌면 정치의 전부일지 모 릅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정치사상가가 사실 그 문제를 가지고 천착하지 않았습니다. 그 문제를 놓고 고심 한 법가사상가들의 등장은 동양역사에서 정말 제대로 된 정치사상가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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