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2월호

82 │문화의 힘 │ 살며 생각하며 강아지 현상금 유감 진광근 법무사(서울남부회)·소설가 도저히 분해서 못 참겠어요! 몇 년 전 일이다. 퇴근 무렵 60세가량의 여성이 사무실 에 들어서며 사기죄에 관련해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한다. 무슨 사기사건인가 들어 보니 얼마 전 전봇대에 강아지 사진과 함께 후사하겠다는 광고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자 신이 강아지를 찾아 주었단다. 강아지를 건네주자 견주가 지금은 돈이 없으니 전화를 하면 사례금을 송금하겠다 고 하여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몰염치한 인간은 처음 봤어요. 수십 번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요. 이런 인간은 콩밥을 먹 어 봐야 정신을 차려요. 며칠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걸 생각하면…!” 화를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 켜보다가 문득 사기죄의 구성요건은 차치하고, 현상금이 걸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강아지를 찾아 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상금이 얼마였어요?” “20만 원요.” “….” 잠시 말문이 막혔다. “좋은 일 했다고 마음먹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니 그 냥 잊어버리세요.” “도저히 분해서 못 참겠어요.” “조금씩 양보하고 참으면 별일이 아닌 것을 자존심 때 문에, 억울함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다 나중에 돌이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렇게 돌려보내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가 다시 찾 아왔다. 방문 사유를 모두 듣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인 걸 알아본 이유는 거의 뼈와 가죽만 남은 앙상한 모습 때문 이었다. 사는 동안 수도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 이다.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행과 불행의 극단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녀에게는 그 견주를 상 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끔찍한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녀의 소장을 받은 견주가 전화를 했다. “당신이 강 아지를 훔쳐 갔다가 돈을 준다니까 돌려준 것 아니냐?”, “주위에 자문을 구하니까 당신은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 받는다고 하더라”라며 오히려 협박을 하더란다. 안 그래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던 그녀는 “당신, 지 금 나한테 협박하는 거야”라며 반말이 나갔고, 서로의 말 꼬리를 잡다가 욕설이 나갔고 급기야는 죽여 버리겠다는 둥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서로의 마음속에 증오 와 분노가 깊숙이 뿌리내렸다. 전화로 설전을 벌인 지 일주일 만에 경찰서에서 전화 가 왔다. 조사를 받아 보니 개를 훔쳤다는 죄목이었다. 분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견주를 협박죄로 고소했다. 이 제 둘은 같은 하늘 아래 머리를 두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수가 되고 말았다. 약정금 소송 변론기일 첫날 법원에서 두 여자가 만났 다.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몸으 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삼갈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그들은 서로 눈길이 부딪치자 마자 엉겨 붙었다. 견주의 멱살을 잡은 그녀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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