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2월호

83 법무사 2017년 2월호 싸움이 끝나면 서로 옷값을 물어내라며 또 싸운다 “니가 개 이빨로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이거지? 젊은 것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무슨 개만도 못한 짓이 야?” 경찰서에서 또 전화가 왔다. 개 주인이 여러 사람이 보 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며 모욕죄로 고소를 했다는 것 이다.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폭발한 그녀는 견주를 폭 행죄로 맞고소했다. 8개월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진흙탕 싸움을 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전투력과 맷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상승되어 있었다. 여자는 견주의 뒤를 밟았다. 야심한 새벽이 되자 지하주 차장에 세워 둔 견주의 승용차를 송곳으로 긁어 버렸다. 그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아 며칠간의 잠복 끝에 강 아지를 훔쳐 집으로 데려갔다. 이번에는 진짜 절도행위를 한 것이다. 며칠 후 견주와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여 자는 재물손괴와 절도죄로 또다시 입건되었다. 이쯤 되 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그만둘 것 같았으면 원수지간이 아니다. 탈진하여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녀는 약정금청구소송의 변론기일이 되면 몸을 끌고서라도 악착같이 참석했다. 서슬 퍼런 두 여자 사이에 흐르는 독기를 감지한 판 사는 합의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다리를 끊어 버린 그녀들이 동의할 리 만무했다. 결국 견주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자 견주가 돈을 송금하기도 전에 그녀는 가집행으로 견주의 가재도구에 경매신청을 했다. 드디어 원수를 갚았다며 흐뭇해하던 시간도 잠시, 견 주는 집행정지신청과 동시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 다. 또다시 물고 물리는 투견판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변호사의 도움을 못 받아서라고 생각한 그녀는 거금 300만 원에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청구이의의 소 사건은 견주가 20만 원 을 공탁하면 100% 견주의 승소로 끝나기 마련이다. 아니 나 다를까 재판은 견주가 공탁을 하면서 일방적인 승소 로 끝이 났다. 억울했던 그녀는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돌려 달라고 억 지를 부린다. 양심이 있는 변호사였다면 절반이라도 돌 려주어야 옳지만 변호사에게 한번 들어간 돈을 받아 내 기가 쉬운 일인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그녀는 변호사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두 건 모두 완패를 한다. 상심한 그녀는 공황장애에 걸려 자살 을 시도한다. 이것이 강아지 현상금 20만 원에서 시작된 사건의 전 말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녀의 말대로 인간의 도리와 신뢰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한국인 특유의 오기 때문일까. “조선인은 언쟁이 붙으면 불처럼 타올라 서로의 상투 를 잡고 그래 와라 한판 붙자고 한다. 싸움이 끝나면 서 로 찢어진 옷값을 물어내라며 또 싸운다. 어찌 서로의 입 장을 잠시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것일까. 이것이 국운이 막힐 징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조선 중기 한 일본인 여행객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 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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