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2월호
88 │문화의 힘│ 시야가 트이는 책 읽기 『뜻밖의 한국사』 우리가 아는 역사는 대부분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들이 다. 교과서는 ‘교과서’이다 보니 정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 어 딱딱하다. 물론 황진이와 장희빈, 연산군과 수양대군도 있지만 책이 아닌 드라마 때문에 우리에게 낯익다. 『뜻밖 의 한국사』가 뜻밖인 것은 정사와 야사, 양반과 민초들의 내밀한 일상을 넘나들면서 재미있고, 신선한 역사적 사실 들을 모았다는 것이다. 표류의 역사는 효종 때의 『하멜 표류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우리에겐 『표해록』이 있다. 조선시대 소흑산도의 어부 문순득은 1801년 12월 홍어를 사러 남쪽으로 출항 했다가 풍랑으로 표류, 일본의 류큐(유구국, 오키나와)에 닿았다. 당시 조선으로 가는 배편이 없어 일단 중국행 배 를 탔던 그는 또다시 필리핀(여송)으로 표류했다가 중국 광 동에 도착해 북경과 의주를 거쳐 1805년 1월 8일 기어이 흑산도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침 『자산어보』의 정약전이 이를 기록했다.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2월, 역사도 알고 풍속도 알고 2월이다. 1월의 맹추위와 번잡함은 지나갔으나 아직 봄이 오긴 멀 어서 몸은 여전히 움츠려 있다. 이런 애매한 시기라면 따듯한 안방 에 누워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심란한 마음을 다독이기 좋 은 방법이다. 누워서 편히 읽을 ‘퓨전 역사책’들을 추천한다. 『실록에서 찾아낸 조선의 민낯』 『뜻밖의 한국사』 조선 편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기획과 문체가 재미 위주로 비슷하되 조선 역사에 집중했다. 광해 군의 지시로 청나라에 위장 투항했던 강홍립 장군의 인생 역정,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 원균 장군이 일등공신이 된 배경 등 인물사에서부터 이성계의 히든카드 가별초, 조선 시대 논술시험과 과거시험장의 부정행위, 재벌노비의 탄 생 등 ‘깨알’ 역사들을 선물한다. 조선시대 노비는 관공서의 공노비와 일반 양반집의 사 노비로 나뉘었다. 사노비는 다시 우리가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돌쇠, 마당쇠’처럼 주인과 함께 사는 솔거노비와 외 거노비로 구분됐다. 외거노비는 개인적인 경제활동이 가 능했던바, 실록에 따르면 곡식 만 석을 소유해 주인보다 더 부자인 재테크 달인 노비들이 충청도 진천의 사노 임 복, 전라도 남평의 사노 가동 등 상당수가 있었다. 과거시 험 부정행위는 기발하다 못해 해학적이다. 모두 『조선왕조 실록』에 기록된 사실들이다. 김경훈 지음ㅣ페이퍼로드ㅣ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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