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3월호

12 Q 데뷔극단이 연극의 사회참여적 성격을 강조했던 ‘연 우무대’라고 하시니 여쭙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얼마전 문체부의 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현직 장관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 지기도 했는데요. 예술인의 사회참여와 블랙리스트 사 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예술인의 사회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편입 니다. 제가 ‘연우무대’를 선택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고요. 80년대 사회분위기에서 연우무대는 완전히 비주류였죠. 당시만 해도 사전검열제도가 있어서 공연 전에 윤리위 원회에 대본을 제출하고, 공연을 하면 ‘실연검사’까지 받았 어요. 공연장에 와서 자신들이 수정지시한 대본대로 하는 지 검열을 하러 오는 거죠. 하지만 연우무대는 수정된 대 본대로 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공연정지를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좋았습니다. 연극을 통 해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경종을 울 릴 수도 있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고…. 저는 연 우무대에서 연극하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고, 또 자부심 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2013년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에 출연했는 데, 정부에서 발표한 것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 였죠. 이 영화에 출연하고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비난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거나 문제라고 느낄 때는 누구나 자유롭게 합리적인 문제의식을 표출할 수 있는 사회가 건 강하다고 봅니다. 블랙리스트 문제도 연극계에서는 이미 최순실 게이트 가 터지기 전부터 심각한 문제였어요. 그래서 작년 초부터 젊은 친구들이 연극 검열과 블랙리스트를 주제로 ‘권리장 전 2016 검열각하’ 시리즈를 공연하기도 했었죠. 저는 배 우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후원금을 지원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연극에매진했던시간·노력고귀해 Q오랫동안연극배우로활동하다뒤늦게영화배우로데뷔 해서 지금은 스타의 반열에 오르셨는데요, 이전에 배고팠 던연극배우시절을생각하면어떤소회가드시는지요? 연극을 하면서 살 때는 돈은 없었지만, 한 번도 그것 때 문에 서럽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아이 들이 좋아하는 자장면 한 그릇 넉넉하게 사 줄 형편이 못되 었지만, 아내나 저나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남편이 연극배우로 가져오는 수입이 없으니 아내가 동네 꼬마들 피아노 가르쳐 먹거리도 사고 아이들 옷도 사고 그 랬죠. 하지만 저나 아내나 그 시절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 지고 있어요. 가끔 TV를 보면 연극배우 시절의 어려웠던 이야기를 동 정을 구하듯 얘기하는 후배들을 보게 되는데, 경제적으로 는 가난했지만 연극에 심취해 매진했던 그 시간과 노력들 이 고귀했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곤 합니다. 제가 연극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사실 경제적 인 문제보다 같이 연극했던 주변의 동료들이 사라져 갈 때 였어요. 문성근 선배는 일찍부터 영화계로 가서 대스타가 되었고, 뒤이어 박광정, 권해효, 유오성, 이문식, 홍석천, 송강호, 설경구 등 대학로에서 같이 연극했던 친구들이 조 금씩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 가더니 90년대 중반쯤에는 제 주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더라고요. 그때가 많이 외로웠 고, 참 힘들었습니다. Q 2000년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배우 활동을 하 셨죠? 그즈음 간암으로 투병하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지금은 완치되어 건강합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가 2007년 「황금신부」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을 때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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