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법무사 2017년 4월호 호주제는 1923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에서 시행 되던 ‘가(家)’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면서 시행되었 다. 그러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7 년, 가족법의 개정으로 호적에 기록하는 가족의 범 위를 ‘부부와 그들의 미혼자녀’로 축소하면서(3세 대 호적금지) 호주제를 없앴다. 호주제는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한다.” 는 제헌헌법 제20조의 결단에도 정면으로 위배되 는 것이었다. 호주제는 호주를 정점으로 ‘가’라는 관념적 집합체를 구성·유지하고, 이러한 가를 원 칙적으로 직계비속 남자에게 승계시킨다. 호주제 는 ‘호주와 가족’, ‘호주승계’를 중심으로 한 「민법」 상 일련의 법 조항들의 연결망을 형성하는 법적 상 태를 말하는 것이다. 호주제 폐지는 1952년, 여성이라는 이유로 판 사 임용이 거부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변호사로 서 남녀평등을 구현하는 대열의 선두에 서게 된 이 태영 변호사가 처음으로 주장하였다. 이 변호사는 ‘가정법률상담소’를 열어 여성인권 신장에 노력하 는 한편으로 진정과 탄원, 헌법소원을 통해 줄기차 게 호주제를 비롯한 가족법 독소조항의 개폐를 위 해 평생을 싸웠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민법학계의 태두인 김 주수 교수를 비롯해 학계에서도 호주제 폐지를 주 장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 이어 법학계가 가세하 자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호주제에 조금씩 금이 가 기 시작했다. 이태영 변호사가 뿌린 씨앗이 굳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 것이다. 이후 여성계를 중심으로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 소리는 지속되었지만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 그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여 1990년 「민법」 중 가족법 부분이 대폭 개정되었다. 이때 호 주제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를테면 분묘 등의 승계 권과 호주의 상속특권을 없앴으며, ‘가’의 강제적 계승을 위한 ‘호주상속’을 임의적인 ‘호주승계’로 전환하여 포기할 수 있도록 하고, 태아의 호주상속 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였다. 호주의 가족부양의무 도 없앴다. 요컨대 1990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의 권한은 매우 빈약해졌고 의무는 전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호주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해 서 그 실체법적 폐해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민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혼인을 하면 친가의 호적에서 ‘파내어’ 시댁 또는 남편 ‘가’의 구 성원으로 신분이 전환되었으며, 이혼한 여성이 전 남편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재혼을 하면 원칙적으 2005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회의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성계 인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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