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법무사 4월호
79 법무사 2017년 4월호 권력의 대기실 강화는 ‘권력의 사유화’로 이어져 권력이란 것은 어떻게든 철저히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합니다. 한비자가 ‘팔간’을 논한 것은 단순히 군주의 권력이 침해 받는 것을 우려해서가 아닙니다. 권력의 대기실이란 게 생기고 강해져서 군주가 꼭두각시가 되 면 국정은 농단되고 권력은 대기실의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에 의해 사유화되기 마련인데 그 것을 우려해 조목조목 지적을 한 것이죠. 이런 한비자가 한국에 왔다면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 그 이전에 불거졌던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논란 을 보고 참 할 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가 막혔을 거고요. 우리 청와대의 역사를 보면서도 기가 막혔을 텐데, 특히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제도와 민정수석의 존재를 보고 놀랐을 것 같습니다. 권력의 대기실을 어떻 게든 최소화하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제도로서 못 박아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을 보고 한비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격앙되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을 겁니다.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을 함부로 대하고 부릴 수 있도록 할 양이면 장관이나 총장을 애초에 왜 앉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대통령의 주변권력을 너무 강해지게 놓아두면 대기실 자체가 대통령의 권력을 잡아먹고 바보가 되게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법과 제도로 명확히 해 놓은 채 나라를 다스리겠다니 말입니다. 한비자가 왔다면 민정수석, 수석비서관 제도부터 당장 손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당장 칼을 들어 비서와 보좌관을 아예 없애 버리고 대통령이 직접 총리, 장관들과 대면해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겠지요. 권력의 대기 실은 어떻게든 생기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요. 물론 형제와 아들들, 친인척은 절대 대통령 근처에서 힘을 휘 두르지 못하도록 법제를 만들라고 했을 것이고요. 대통령의 힘이 정말 권력의 대기실에 의해 사유화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군주는 성인이 아니라 중간 정도의 인간 법가 사상가들이 탁월하다는 것은 시스템을 본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리더 개인의 자질과 현명함에 큰 기 대를 하지 않고 구조와 틀을 보지요. 반면 유가는 군주에게 끊임없이 덕을 닦아 성인이 되라고 하고 군주의 덕성과 자질에 많은 것을 바랍니다. 하지만 성인과 초인은 어쩌다 정말 드물게 나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그런 지도자가 나오길 기다려야 할까요? “좋은 말과 단단한 수레라도 노예가 그것을 부리면 남의 웃음거리가 되지만 전설적인 말몰 이꾼인 왕량이 그것을 부리면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고 말하였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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